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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산책] 코로나19로 얻은 것들

‘코로나 팬데믹’국면을 지나면서 경제위기 우려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지만 한편으론 평소에 지나쳤던 것들을 새롭게 보게 되는 작은 소득도 있었다.

평범하고 별거 없던, 따분하기까지 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을 첫손에 꼽고 싶다. 우리는 안다. 한국인 대부분이 친구 만나 밥 한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미루고 미뤘다는 것을. ‘사회적 거리유지’라는 권고사항을 지키기 위해 모임은 물론 가족·친척도 멀리했다. 해외에서 입국한 가족을 지척에 두고 2주일을 참았고, 웬만한 모임은 코로나 이후를 기약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위안을 받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고, 필요한 것은 언제든 살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극단적인 통제나 사재기 없이 비교적 안정된 일상을 이끈 원동력임을 확인했다.

감사한 줄 모르고 살았던 우리의 의료 시스템과 헌신적인 의료진의 모습을 목격한 것은 한국인이 누린 행운이다. 감기 정도의 사소한 질병으로 병원을 드나들며 ‘보험료 또박또박 챙기면서 환자는 건성으로 대한다’는 불만을 가졌었는데 감염위험 속에서도 환자 곁을 지킨 의료진, 특히 간호사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이 낯선 바이러스는 우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방역·의료 시스템 수준도 여실히 드러났다. 초강대국 미국의 민영의료보험에 기반을 둔 상업의료 시스템이 전염병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줬다. 일본과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이 셧다운 없이 방역에 성공한 또 하나의 요인은 위기에 강한 국민의 결속력과 성숙한 배려문화가 보여준 성과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자주 이용했던 가게들에 선결제를 통해 작은 도움의 손길을 건넸고 늘어난 택배물량을 감당하는 배달원에게 따뜻한 감사와 위로도 전할 줄 알았다. 모두는 아니지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기 위해 애썼던 확진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음도 알게 됐다. 한때는 냄비근성으로 비난받았던 ‘빨리빨리 문화’마저 한국인 특유의 신속한 문제 해결 능력으로 치환되는 것도 지켜봤다.

한편으론 코로나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그것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모습도 드러났다. 야당 거물급 정치인들이 선거가 끝나면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라며 선거 국면에서 정부의 확진자 수 감추기를 사실처럼 지적했던 것을 기억한다. 해외에서의 먼저 쏟아진 한국의 방역 시스템에 대한 호평을 자화자찬으로 매도하고 흠집 내기에 몰두했던 언론의 냉소도 잘 기억하고 있다. 스스로를 폄훼하는 언론을 못 믿어 해외 뉴스를 챙겨보고 ‘국뽕’이 아니라며 눈물겨워 하는 국민도 많았다. 경제·문화에 이어 의료까지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국가가 되면서 지구촌 어떤 나라에도 꿀릴 것 없다는 국민의 자존감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신속하고 투명한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상황을 다스리는 힘이 됐다. 세계 각국 최고지도자들이 극단적인 언행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걸 보면서 우리의 신중하고 청렴한 리더십에 대한 자긍심도 갖게 됐다. 식민지 시절을 겪었고 전쟁과 군사독재를 지나면서 스스로를 가둔 부정적인 인식을 털고 코로나 이후에는 작지만 강하고 알찬 국가로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스로에 대한 긍정이 상황 개선에서 나아가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나갈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믿는 만큼 이뤄진다.’ 이는 꼭 신앙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야말로 코로나19를 겪으며 한국인이 얻은 위기극복의 가장 강력한 ‘항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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