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에 시신방치
한 남성이 안개가 자욱하게 낀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베라자노내로스 다리 인근에 서서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뉴욕을 돕기 위해 급파된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가 임무를 마치고 버지니아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뉴욕주 뉴욕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를 묻거나 화장(火葬)할 장소조차 찾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시신 부패를 막기 위한 냉장 시스템을 갖춘 트레일러에 사망자를 쌓아 놓은 사례도 언론이 파악했다. 일부 장례식장 측은 시 곳곳에서 밀려드는 시신을 감당할 수 없어 다른 도시나 주로 보내 화장토록 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뉴욕시의 상황을 조명했다. 최근엔 사망자가 다소 줄었지만, 각 가정과 병원에서 나오는 시신이 매일 수백구에 달한다.
이달 정점을 찍었을 땐 뉴욕시민이 거의 2분에 1명씩 사망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루 800명 넘게 숨을 거뒀다는 얘기다. 평시 사망률의 4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뉴욕은 쏟아져 나오는 시신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처지다.
NYT는 뉴욕 5개 자치구 중 하나인 퀸스의 한 장례식장 사례를 짚었다. 12m가량 되는 트레일러가 수주째 이 장례식장 밖에 주차돼 있었다. 냉장 시설을 갖춘 이 차량 안엔 시신 36구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고 한다.
장의사인 패트릭 컨스는 NYT에 “사망률이 여전히 높은데, 그들을 묻거나 화장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은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병원·장례식장·묘지·화장시설이 모두 시신으로 넘쳐나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브루클린 유티카 애비뉴에서 시신 십여구가 실린 두 대의 트럭이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들어간 건 뉴욕의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 한 사례다. 트럭이 소속한 드류 클리클리 장례식장의 소유주는 “(시신을) 놓아둘 곳이 없다. 공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NYT는 브루클린에서 일어난 사건은 극단적인 예이지만, 최근 두 달동안 장의사들은 시신을 예배당 등에 안치하고 부패를 막기 위해 에어컨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병원은 사망자를 담는 시신가방이 부족한 처지다. 뉴욕시는 앞서 2만개를 나눠줬다.
뉴욕시에 있는 50여개 묘지 상당수엔 쉴새없이 전화가 울리고, 관계자들은 주말도 없이 시신 매장을 위한 땅파기를 한다. 브루클린에 있는 에버그린 묘지의 줄리 보스 대표는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시신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의 뉴욕 화장시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급증을 예상해 지난 3월말께 24시간 일을 할 수 있는 쪽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이들 시설은 처리능력을 2배로 늘렸지만, 5월까진 신규 접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 당국의 발표론 1만8000명의 뉴요커가 코로나19로 사망했는데, 실제론 더 많을 걸로 추정된다. 1918년 발병한 스페인독감 이후 최대 피해라고 NYT는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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