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바람·트럼프 감세 추진과 대조적
코로나 극복 지원 위한 증세 불가피 전망
실업률 급등→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것
“6개월 못 버틴다” 위기의 중소기업 52%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경제가 대규모 기업 파산사태, 법인세율 인상 등에 직면할 거라고 말한 걸로 파악됐다. 경제의 빠른 회복을 희망하는 월스트리트의 바람과 상충하는 관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이미 실업률 급등과 같은 악재에 맞딱뜨리고 있는데 상황이 더 악화할 거라고 봤다. 핑크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조언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시장 안정을 위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도 지원하는 등 존재감이 큰 인물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핑크 CEO는 최근 자산자문사 고객과 전화회의를 갖고 “은행가들이 내게 기업파산이 줄을 이어 미 경제를 강타할 거라고 말했는데, 연준이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실업률 급등 추세가 나타나면 몇 개월 뒤 기업파산이 증가해온 전례가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도 파산 급증 현상을 점치고 있다.
미인사관리협회(SHRM)의 최근 조사(375개 소기업·4월 15~21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2%가 6개월 안에 폐업할 거 같다고 답했다. 6개월 넘게 버틸 수 있다고 한 회사는 34%에 불과했다.
핑크 CEO는 미 경제가 더 암울해지는 상황인데 법인세율이 올라갈 걸로 전망했다. 현행 21%로, 내년에 28~29%로 인상될 거라고 말했다고 회의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가 전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하려는 부문을 지원하려면 정부가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보인다. 핑크 CEO는 개인에 대한 세율도 오를 걸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경기부양책 관련, 급여세·자본이득세 등의 감면을 언급한 것과 결이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안은 의회의 벽에 막혀 현실화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블룸버그도 증세는 트럼프 정부가 이룬 주요 업적인 감세 정책을 희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핑크 CEO는 아울러 1년 이상 상당수 기업이 직원의 절반 가량으로 운용해야 할 거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검사가 대규모로 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면 일터로 완전히 복귀하는 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코로나19가 미국인의 정신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하다고 했다. 대중교통 등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을 꺼릴 거고, 식당도 고객 유치를 위해 마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걸로 판단했다. 그는 동료 CEO 가운데 올해 해외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핑크 CEO는 또 코로나19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민족주의를 강화토록 할 거란 점을 우려했다. 그동안 협업·공조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국제질서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걸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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