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직원이 원격업무 솔루션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지난 2019년 12월 31일. 공항은 해외 여행객들로 북적였고, 거리는 마지막날을 기념하며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8개월 만에 최고치(76)를 기록했다. 경제심리지수(ESI)도 두달 연속 상승(92.4), 2020년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한편에선 전혀 예측 못한, 전 세계를 뒤흔들 위기가 고개를 들었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보고됐다. 전 세계에 재앙을 알리는 신호였다. 동시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암시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이 대변혁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시대가 분리될 정도로 판이 뒤 바뀌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가장 큰 변화는 세상의 질서가 언택트(비대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리적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대면과 비대면의 구분이 더욱 뚜렷해졌다. 이른바 ‘새로운 경계(New Boundaries)’의 등장이다. 대면시장에서 거래되던 상당수가 비대면으로 넘어오면서 ‘오프라인〈 온라인’ 현상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추진되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도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언택트 시대 최적화된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함께 국내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대표적이다.
언택트 시대를 이끄는 핵심은 6가지 기술이다. 바로 C(클라우드)·O(온디맨드)·R(리모트)·O(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N(네트워크)·A(AI)다. 이미 각종 산업에서 핵심 동력으로 뿌리내리면서 이들 6개 기술이 세상의 모든 변화를 이끌고 있다.
▶데이터 폭증에서 데이터붐으로=“국내 무선 데이터 월 트래픽 역대 최고치 기록”(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 데이터 트래픽 통계)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 세계 망 트래픽 최대 100% 증가”(에릭슨 코로나19 트래픽 영향 분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전 세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기부 최근 발표에 따르면 3월 국내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63만9468TB(테라바이트)를 기록했다. 월별 기준 역대 최고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44.2% 늘어났다. 올 1월 처음으로 60만TB를 돌파한 지 2개월 만에 65만TB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스웨덴 통신장비 기업 에릭슨은 3~4월 전 세계 네트워크 트래픽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역별로 20~10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폭증은 ‘포스트 코로나’ 도래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데이터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데이터붐(Boom)’이 촉발되는 것이다.
데이터붐이 확대될수록 ‘ C·O·R·O·N·A’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Cloud(클라우드), 비대면 산업의 근간=데이터붐 시대 최대 관건은 폭발하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 경쟁력이다. 급부상하던 클라우드가 코로나19로 더욱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기업 내에 서버와 저장장치를 두지 않고 외부에 맡겨 쓰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점점 증가하는 데이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꼽힌다.
특히 비대면 산업 급성장에 클라우드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수업 등 클라우드 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MS(마이크로소프트) 올 1분기 매출은 350억2100만달러(약 42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MS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네이버도 올 1분기 매출도 1조73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클라우드 사업이 포함된 IT서비스플랫폼 매출은 올 1분기 1500억원에 육박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났다.
▶On-demand(온디맨드) 기반 ‘온택트’ 온다=코로나19로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Untact). 표면적으로는 직접적인 대면을 피하는 것이지만 접촉 공간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겼다는 의미가 더 크다. 오히려 온라인 상 연결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온라인 접촉)’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온택트 시장이 커지면서 온디맨드 기술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즉각적으로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박물관, 미술관 등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의 기술로 재탄생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직접 오프라인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KT는 온라인 결혼식 생중계 서비스를 선보였고, 레이디 가가와 방탄소년단 등 세계적인 가수들도 온라인 콘서트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온라인 전시관에서 제공하는 VR(가상현실)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Remote(원격), 포스트 코로나 신산업 전면에=원격업무·교육·의료 등 ‘원격 산업’도 코로나19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더욱 주목받는 분야다.
주요 IT기업들이 도입한 원격업무 솔루션은 코로나19 확산 대응 전략을 넘어 새로운 사업 분야로도 성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유럽 최대 이동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기술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비대면 플랫폼 협력을 강화한다. 합작회사는 연내 출범한다. 양사는 또 화상회의 플랫폼 등 비대면 솔루션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트업에도 공동 투자키로 했다.
개인 정보 등 민감 데이터를 보유한 통신사, 금융권 콜센터에도 원격 솔루션이 도입되는 등 전통 산업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웍스모바일(네이버 자회사)의 원격업무솔루션 ‘라인웍스’를 도입하는 기업 수는 3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규제로 묶인 원격의료도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의료진의 전화 진료·처방을 허용한 지 48일(2월 24일~4월 12일) 만에 원격 진료·처방 건수가 10만건을 넘었다.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콘텐츠 핵심 플랫폼=과기부가 발표한 지난 3월 유형별 무선 데이터 트래픽 결과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8.1%였다. 60%에 육박하는 무선 데이터가 동영상에 몰렸다. 2017년 3월 59% 이후 최대 수치다.
동영상 위주로 데이터가 집중되면서 OT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시장 다크호스였던 OTT는 코로나19로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를 7801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6345억 원) 대비 약 22% 늘어난 수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올해 세계 OTT 시장 규모가 1100억달러로 지난해(930억 달러)보다 2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Network(5G 네트워크), 포스트 코로나 필수 동맥=실내 활동 시간 증가로 동영상 시청에 인터넷 트래픽이 대거 몰리자 유튜브는 3월 국내 포함 전 세계에서 화질을 낮췄다. 넷플릭스도 유럽부터 화질 조정에 들어갔다.
각국에서 화상회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 등까지 폭증하고 있어 데이터 트래픽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5세대(5G) 통신 도입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5G는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최대 전송속도에서 10배 앞서고, 동시 처리 트래픽 규모도 LTE의 20배 수준이다. 비대면 활동이 사회 각 영역으로 확대되고,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더 빠르고 용량이 큰 5G 서비스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 중소 의료기기업체 씨젠은 AI를 활용해 진단시약의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확보했다 [씨젠 제공] |
▶AI(인공지능), 스마트 보건 핵심 기술로=감염병 위기가 갈수록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이를 예측하고 방어할 수 있는 기술로 AI가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를 처음 예측한 것도 AI였다. 캐나다 AI 의료 스타트업 블루닷은 지난해 12월31일, AI 연산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진단보다 2주 이상 앞섰다.
이에 우리 정부도 감염병 확진자 감시, 예측 등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융합 기술 개발에 나선다. 특히 향후 10년간 6240억원을 투입해 '감염병 예방·치료기술개발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씨젠 등 의료업체들도 AI를 적극 활용해 진단시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는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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