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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산책] 코로나에 무너진 동네서점

‘그렇게 책이 된다’란 예쁜 이름을 가진 책방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듣게 된 건 코로나 19 감염확진자가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서던 4월 초였다. 여전히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시점이다. 사람 간 거리를 최소 1~2m 유지하고, 재택근무에 불필요한 외출 금지가 요청되던 터라 웬만해선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2월 초부터 이어진 ‘집콕’생활에 답답하고 지칠 무렵이었지만 다들 조금만 더 참자는 생각에 거리에 사람도, 차도 뜸했던 때다. 그사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는데, 작은 동네서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망원동과 마포구청 사이 골목에 위치한 작은 서점 ‘그렇게 책이 된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자고 결정한 것도 그즈음이다. 길모퉁이 따뜻한 불빛과 창가를 장식한 정성스런 큐레이션 책으로 길 가던 이들의 눈길을 끌던 책방은 2년을 못 넘기고 그렇게 지난 4월 24일 문을 닫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책방 이름을 따왔다는 책방지기는 책이 좋아, 책을 나누고 싶어 책방을 열었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5월 10일엔 인근의 한강문고도 문을 닫았다. 13년 된 중형 서점으로 동네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곳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놀이터 삼아 이곳을 찾았고, 학생들은 필요한 참고서를 바로 사볼 수 있는 동네서점이 있는 게 좋았다. 한때 서점 안 우체통에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을 넣으면 적절한 책을 처방해주는 ‘종이약국’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책을 꼭 사지 않아도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동네 중형 서점이 귀해 주민의 사랑을 받았는데 문을 닫는다니 아쉽다는 이들이 많다.

한강문고 직원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없지 않다”면서도, 무엇보다 인근에 합정 교보문고가 생기며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여러 사정이 있음을 내비쳤다.

코로나19발 동네서점 폐업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한두 달은 적금을 깨면서 어떻게든 견뎠지만 4월부터는 바닥나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곳이 대부분이고 아예 매출이 ‘0’인데도 여러 군데다. 그런데도 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은 그대로다 보니 막막할 수밖에 없다. 생활방역으로 전환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몇 평 안 되는 작은 공간을 운영하는 동네책방엔 사회적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주로 작가를 초청하거나 독서모임을 통해 겨우 버텨내는 동네서점으로선 작가를 지원하는 식의 정부의 지원책이 아무 소용이 없다. 작은 서점 수백곳이 문을 닫을 거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1인출판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대면 접촉으로 책 소비가 온라인서점으로 몰리면서 매출이 20% 정도 성장했는데, 주로 규모 있는 출판사와 학습서가 차지했다. 사이트의 한정된 화면 안에서 노출 광고를 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작은 출판사들은 독자들의 눈에 띌 기회마저 얻지 못한다.

이런 마당에 정부 정책은 오히려 엇박자만 내고 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 책을 보낸다면서 작은 서점은 건너뛰었다. 한푼이라도 아쉬운 작은 서점들로선 원망 섞인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더는 버티기 어려운 곳들에 긴급하게 자금을 투입하는 게 우선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막힌 데를 풀어주는 세심한 정책 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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