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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눈에 읽는 신간]‘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외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정만춘 지음, 웨일북)=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사는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요즘,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한 여자의 네 번의 동거 이야기. 흔히 동거란 결혼의 전단계 혹은 테스트, 아니면 일탈 정도로 여기는 것과 달리 저자는 그 자체로 사랑의 완결형태로 본다.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라는 것이다. 결혼-출산-육아로 이어지는 평균적 삶 대신 동거를 택한 그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왜 결혼이 아니고 동거냐고. 그는 이 질문을 뒤집어 곱씹는데, 무엇보다 결혼은 두 사람을 넘어서 가족과 사회에 대한 약속이라는 점에서 버겁게 느껴진다. 동거를 향한 음침한 시선엔 낭만적 풍경으로 응답하는데, 비유하자면 일요일 아침의 나른한 기지개, 바싹하게 잘 마른 수건, 뽀얗게 올라오는 커피 거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네 번의 동거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연인과 석달간 세계를 여행하고, 회사를 그만둔 뒤 다른 나라에서 한달간 함께 살기도 하고, 시골로 이사를 간 적도, 사업을 함께하기도 했다. 저자는 동거가 풍기는 임시적이란 가벼움이 결국 서로를 밀어내는 미묘한 지점 등 같이 살기에서 벌어지는 일, 감정선을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21세기 사상의 최전선(김환석 외 지음, 이성과감성)=포스트휴먼 시대, 새로운 삶과 관계의 방식을 천착한 21세기 도발적인 지적 흐름을 소개했다. 신유물론, 존재론적 전회, 객체지향 존재론, 사변적 실재론,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 미디어 고고학에 이르기까지 지난 시대의 사상적 흐름과 궤를 달리하는 낯선 개념들이 등장한다. 이들을 관통하는 것 중 하나는 탈인간중심주의로, 브뤼노 라투르는 각각의 행동을 제어하는 과속방지턱의 예를 들어, 사회에 간여하는 행위자로서의 사물을 상기시키고 인간만을 주체로 인정하는 현행정치 제도에 이의를 제기한다. 로지 브라이도티는 근대적 휴머니즘이 배제한 다양한 젠더, 인종 장애에 주목하고 환경적 타자, 기술적 장치 등 다양한 포스트휴먼 주체와 연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공생하고 공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지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새로운 사상이 등장한 맥락과 관계망을 입체적이고 명료하게 풀어놓아 새로운 지적 기류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달뜨기 마을(안재성 지음, 목선재)=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안재성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낸 기념소설집. 일제 강점기부터 오늘날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한국 현대사 100년을 관통하는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단편 ‘이천의 모스크바’는 이천의 60가구 밖에 안되는 가난한 마을이 일제와 해방, 전쟁의 공간에서 처참한 이념의 희생양이 된 이야기를 노인의 구술형식을 빌어 담아냈다. 배고픈 소작농들이 땅 한 뙈기 갖고 싶은 바램에서 한 선택이 피바람을 몰고온 과정이 생생하다. 표제작 ‘달뜨기 마을’은 충청도 홍성군 월현리 한씨네 딸이 몸으로 겪어낸 ‘빨갱이’ 가족의 이야기. 조선공산당 최고지도부와 연이 있던 시댁에서 자연스레 공산주의를 공부한 주인공은 좌익에 의해 친정 오빠를 잃고, 우익에 의해 남편을 잃은 뒤 여맹위원장까지 지내다 오랜 수감생활을 이어오게 된다. 작가는 대부분 본인이나 유족의 직접 증언을 토대로 썼다고 털어놓았는데, 서사의 긴장감을 유지, 흡인력이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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