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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폰 없으면 불안한 당신 ‘도파민중독’

‘하루에 2600번 이상 휴대전화를 만지며 깨어있는 동안에는 평균 10분에 한 번 씩 들여다본다. 깨어있는 시간도 부족해서 2명 중 1명은 한밤 중에도 최소 한 번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10명 중 4명은 휴대전화만 쓸 수 있다면 온종일 말 한마디 안해도 괜찮다고 여긴다.’

스웨덴의 경우이지만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은 어떻게 뇌를 장악해 심각한 중독상태에 빠지게 한 걸까?

스웨덴의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전작 ‘뇌는 달리고 싶다’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안데르스 한센은 신작 ‘인스타 브레인’에서 디지털세계와 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뇌의 파열음을 자세히 들려준다.

불면과 우울증, 무기력 등은 현대인의 정신건강의 적신호로 불린다. 그 자체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우리 뇌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뇌과학이 알려주는 우리 뇌는 1만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뇌는 생물학적으로 여전히 사바나 초원 위에 있다. 자고 싶은 욕구, 움직이고 싶은 욕구, 사람들과 관계 맺고 싶은 욕구는 수렵채집인의 뇌의 속성이다. 문제는 디지털세상에 사는 현대인들은 이런 욕구에 반하고 있다. 더 적게 자고 거의 움직이지 않고 디지털기기 속에서 단절돼가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어떻게 우리 뇌를 단번에 사로잡은 걸까? 이는 보상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은 주변환경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생존에 유리하기 떄문에 뇌는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게 하는 본능을 심어줬다. 여기에 작용하는 뇌의 물질이 바로 도파민이다. 뇌에는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들은 오로지 새로운 것에만 반응한다.

그런 뇌를 갖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강하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는 그 통로가 된다. 새로운 페이지와 정보를 볼 때마다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계속 다음 페이지로 클릭을 하게 된다.

뉴스페이지나 메일, SNS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선조들이 새로운 장소나 환경을 보았을 때와 같이 보상시스템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도파민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때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보다 어떤 일이 벌어질 수 도 있다는 기대가 있을 때다. 기대가 보상시스템을 작동시킨다는 얘기다. 불확실한 결과에 뇌가 더 많은 도파민으로 보상하는 이유는 선조들이 예측불허인 자연환경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먹이를 찾아나서게 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이런 보상시스템, 즉 알 수 없는 결과에 대한 타고난 애착은 오늘날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시지나 메일의 도착 알림음이나 SNS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알림음을 들으면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된다.

그렇다면 디지털 중독에 빠진 우리 뇌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디지털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멀티태스킹이다. 강의를 들으며 이메일을 작성한다든지, 서류를 작성하며 메시지를 확인하는 식이다. 그러나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 실제로 우리 뇌는 한 번에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뇌는 하나의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넘어갈 때 전환기가 있는데, 바로 주의력이 따라오지 못한다. 이메일을 몇 초 보았을 뿐이지만 다른 과제에 집중하기 까지는 수 분이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문제는 이런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멀티태스킹으로 이곳저곳으로 주의를 분산할 때 뇌는 기분이 좋아지는 보상을 한다는 점이다. 우리 선조가 주변의 상상가능한 모든 자극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유대감 역시 원시적 뇌의 본질적인 특징으로 뇌의 거울신경세포와 관련이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일은 거울신경세포를 통해 이뤄지는데, 세포가 잘 기능하려면 실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필요하다. 실험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직접 만났을 때, 연극을 볼 때, 영화를 볼 때를 비교한 결과 직접 만날 때 세포가 가장 활성화됐다. 다음이 연극, 영화 순으로, 디스플레이로 뭔가를 볼 때 다름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생물학적 매커니즘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1만년 전의 뇌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현대의 질병을 해결하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류의 뇌로선 전혀 새로운 세계인 디지털세계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인스타 브레인/안데르스 한센 지음,김아영 옮김/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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