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글로벌 이슈 ‘숙면’에 ‘디카페인’ 대세로 추출방식·맛도 달라
커피전문점 ‘보리함유’ 등 메뉴 대폭 확대

디카페인 커피는 어쩐지 ‘김빠진 콜라’와 같았다. 카페인이 빠져있어 커피 정체성이 흐릿한 ‘비주류’ 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알코올이 ‘빠진’ 논알코올(Non-Alcohol)음료와 함께 카페인없는 디카페인 역시 식품 트렌드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숙면이 면역력의 중요 요인으로 부상하자 디카페인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잘못된 인식들이 남아 있다. 디카페인은 모두 동일하다고 여기는 점이 대표적이다. 디카페인은 추출방식과 카페인 함량, 품질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3가지 추출방식=카페인 제거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눌수 있다. 정화용 큐그레이더(Q-Grader, 커피감별사)이자 엔터하츠 대표는 “먼저 유기용매를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화학물질 잔류에 대한 우려로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장점을 앞세워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물 추출법’”이라고 설명했다. 물 추출법은 스위스에서 개발돼 ‘스위스 워터프로세스’로 불린다. 뜨거운 물로 커피 생두를 불린 후 물과 활성탄소필터를 통해 카페인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초임계 이산화탄소 추출법’은 가장 최근에 개발된 방식이다. 고온·고압으로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시점의 유체)상태에 도달한 이산화탄소를 통해 카페인을 제거한다. 다른 공정보다 설비 비용이 높은 편이다.

▶커피 맛과 함량도 제각각=이러한 추출방식은 맛에 영향을 미치며,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 어떤 원두를 사용하냐에 따라서도 커피 맛이 달라진다. 어려운 로스팅 기술도 한 몫한다. 정화용 대표는 “디카페인 색상 자체가 갈색이므로 로스팅의 변화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수분과 밀도가 낮아 열 조절도 쉽지 않다”고 했다.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디카페인에서 스페셜티 커피의 화려한 산미나 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정 과정에서 생두의 향과 맛이 소실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커피의 효능은 그대로다. ‘2019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기원 서울대 교수는 “커피의 암 예방 효과는 카페인이 아니라 커피 속 페놀릭화합물의 영향”이라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카페인 함량도 다르다. 이름은 모두 ‘디카페인’이지만 카페인이 ‘0’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페인을 90%이상 줄인 음료를 ‘디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2018)에서도 일부 커피전문점의 디카페인 커피(315㎖)에서 25㎎의 카페인이 나왔다.

▶다가오는 ‘디카페인 황금시대’=우리나라에서 디카페인 시장의 성장을 이끈 것은 스타벅스코리아이다. 지난 2017년 국내 커피전문점 중 가장 먼저 디카페인을 내놓았으며 출시 2년만에 누적 판매량 2100만 잔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다. 커피믹스 분야는 이보다 빠르다. 동서식품은 지난 1996년 맥심 디카페인 커피믹스를 업계 최초 출시한 이후, 2015년 카누 디카페인을 출시하며 시장 규모를 키웠다. 관세청에 따르면 디카페인 원두 수입액은 지난 2018년 2020만 달러(한화 약 249억 원)를 나타냈다. 이는 전년 대비 42.8% 늘어난 수치로 전체 커피 수입액 성장률(3.8%)보다 훨씬 높다.

커피전문점들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커피앳웍스는 최근 과테말라 커피 생두를 이용한 디카페인 커피 ‘녹턴’을 내놓았다. 커피앳웍스 관계자는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와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선보였다”고 전했다. 투썸플레이스는 디카페인 선택이 가능한 매장을 확대중이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커피 시장의 세분화, 고급화 추세에 따라 일부 직영 매장에서 판매하던 디카페인 원두를 지난해 하반기 약 100개 매장으로 확대했다”고 전했다.

▶‘보리 디카페인’ 등 메뉴와 품질의 다양화=메뉴 역시 새로워지고 있다. 아메리카노에 그쳤던 디카페인 커피는 추가금 지불시 라떼나 콜드부르등 취향에 맞는 커피로 변경할 수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토종 디카페인’도 등장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보리 디카페인 커피’는 원두에 국산 검정보리인 ‘흑누리’를 섞은 상품이다. 정화용 대표는 “업체들이 더 효과적인 카페인 제거 방식을 개발하고, 디카페인 로스팅 노하우를 쌓으면서 소비자들은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맛있는 메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육성연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