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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윤미향·조국…목적과 수단

“어려운 시기에 위안부 문제를 가지고 싸워왔던 한 시민운동가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송영길 민주당 의원) “친일, 반인권 반평화의 목소리를 냈던 이들의 부당한 공세로 굉장히 문제가 있다.”(김상희 민주당 의원) “이간질을 멈추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전심 전력해온 단체와 개인의 삶을 더이상 모독하지 말라.”(홍익표 의원)

윤미향 의원 당선인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말이다. 요약하면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이 정당하니 그 과정에서 나온 몇 가지 문제, 즉 ‘수단’을 문제 삼지 말라는 정도로 해석된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영국 속담, 또 ‘목적이 기존의 모든 사회 질서를 폭력으로 전복해야만 달성될 수 있다’는 공산당 선언 중 한 문구의 21세기 버전인 셈이다. 이 같은 의식의 흐름은 앞서 ‘조국 사태’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사법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입시비리나 사모펀드 같은 의혹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는 소위 조국·정경심 수호자들의 논리와 같은 구조다.

실제 역사 또 현실에서 이런 사고와 행동은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정권 획득이라는 목적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사람들을 죽이는 것, 이윤이라는 목적을 위해 세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기업, 빨리 가고자 무단횡단하는 시민들 모두 목적을 위해 수단은 가리지 않았다.

다만 이들 상당수는 스스로 잘못되고 부끄러운 행동임을 의식,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한때 서초동을 수 놓았던 조국·정경심 수호 구호도 총선이라는 심판의 순간에는 침묵했던 것이다.

‘공정’을 앞세운 정부가 들어선 21세기 대한민국, 또 세계의 보편적 가치관은 좀 다르다. 목적만큼 수단의 올바름 또한 따지는 시대다. 과거사에 대한 재평가 작업, 무력 침략·테러에 대한 국제적 비난과 제재,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국제규범과 국내 법 조항들 모두 어떤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개인과 기업, 국가의 수단을 제한하고 있다. 선의를 위할지라도 잘못된 방법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 게 현대 문명사회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즉 조 전 장관과 윤미향 당선자를 감싸기만 한다면 자가당착 모순을 각오해야 한다. 과거 정권에 대한 비판, 그리고 잘못된 과거사의 단죄를 내건 현 집권 세력에는 자칫 존재 자체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러올 수 있다. 개·돼지가 아닌 이상 자기들이 비판하는 행위를 스스로 반복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잘했다 칭찬할 사람은 절대 많지 않다. 잘못된 수단은 오히려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목적까지도 의심받게 할 뿐이다.

체 게바라는 말했다. 수단이 비열하다면 결코 목적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듬고, 또 감춰왔던 과거의 오류를 드러내 바로잡는 것은 좌우 이념을 떠나 모두들 공감하고 또 지향해온 목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윤 당선자와 그가 속했던 몇몇 단체는 심각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음이 하나둘 씩 드러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 오류들을 바로잡고 또 책임져야만 한다. 그래야 원래 목적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전심전력해온 단체와 개인의 삶을 더이상 모독하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거대여당은 스스로 반성하고 책임지고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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