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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눈에 읽는 신간]위트와 풍자의 대가 버나드 쇼의 ‘16편의 자화상’외

▶16편의 자화상(조지 버나드 쇼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조지 버나드 쇼의 그 유명한 묘비명이다. 풍자와 위트의 대가 버나드 쇼는 평생 약 80종의 책을 냈지만 자전적 글은 매우 드물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인색했던 쇼는 1939년 전기 작가들을 위해 ‘쇼, 자신을 폭로하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얘기를 써냈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이를 수정해 다시 출간한 게 ‘16편의 자화상’이다. 쇼는 '이 책을 위한 변명’에서 자신의 일상은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두 페이지면 족하고, 모두 책과 희곡의 형식으로 내놓았기 때문에 특별할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쇼는 성악에 뛰어난 어머니와 알콜 중독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일대기를 남 얘기하듯 그려나가는데 특유의 위트가 넘친다. 직장생활과 소설가로서 9년동안의 실패, 비평가로서의 성공, 우정과 신앙, 사회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의 글들에서 사회주의자로서 실천적인 삶을 살았던 쇼, 하루도 글을 쓰지 않은 날이 없었던 쇼의 솔직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귤의 맛(조남주 지음, 문학동네)=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누구도 지원하지 않는 영화 동아리에서 만나 매일 붙어다니는 넷, 소란, 다윤, 해인, 은지가 각자 처한 환경과 관계 속에서 삶의 무게를 견뎌내며 한 뼘 커가는 성장소설.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넷은 다소 충동적으로 한 가지 약속을 한 뒤 타임캡슐에 넣어 묻는데, 이야기는 이 약속을 둘러싼 저마다의 속사정을 풀어간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와 얼떨결에 헤어져 버렸지만 위로받지 못한 소란, 학교의 기대와 모두의 호의를 받고 있지만 아픈 동생 때문에 외로운 다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아빠와 무너진 가정에 상처입은 해인, 이유를 모른 채 친구들의 무리에서 따돌림당한 은지 등 작가는 인물들의 마음의 일렁임과 상황을 통과해가는 안간힘을 예민하게 포착, 그려낸다.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10대의 평범한 일상적 풍경들이 코로나19로 사라진 현실이 또 다른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나를 숨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지음, 위즈덤하우스)=아이유의 ‘좋은날’,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태연의 ‘일레븐 일레븐’ 등 ‘히트곡 제조기’로 불리는 저작권1위 작사가 김이나의 언어에 대한 탐색을 담은 에세이. 일상의 언어로 상투성 이면의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작가 답게 말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고양시키는 법을 보여준다. 작가는 관계, 감정, 자존감과 관련된 단어를 제목 삼아 그 의미와 맛, 결을 풀어낸다. 가령 ‘좋아한다’와 ‘사랑한다’를 통해, 기분좋은 바람을 맞을 때,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 때 느끼는, 긴장을 풀리게 해주는 ‘좋다’는 감정이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 들려준다. 작가는 ‘관계의 언어’에선 비난과 공감의 말에 주목, 특히 악성 댓글과 험담과 관련, 사랑과 소통을 기대하기 보다 “대충 미움받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감정의 언어는 마음을 담아내는 다양한 언어의 속살을 그려낸다.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 ‘묻다’, 관조적인 의아함을 담은 ‘소란스러움’ 등 ‘김이나 사전’ 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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