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발부 여부 늦은밤 내지 내일 새벽 나올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안대용·서영상 기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1월과 2월 두 차례 영장심사를 받은 지 3년4개월 만에 또 한 번 구속 여부 판단을 받고, 이듬해 2월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2년4개월 만에 다시 구속 기로에 놓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들어섰다. ‘합병 의혹과 관련해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는지’ ‘직원들 수사에서 지시 있었던 정황 있는데 여전히 부인하는지’ ‘3년 만에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심사는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69) 전 실장, 김종중(64) 전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도 함께 심사한다.
사안이 복잡한 데다 이 부회장 측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만큼 영장심사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심사가 끝난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고심하는 시간도 길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혹은 이튿날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제출한 영장청구서 분량만 해도 피의자 한 명당 150쪽 안팎에, 수사 기록은 20만쪽에 달한다. 2017년 이 부회장의 두 번째 심사는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 오후 6시께까지 약 7시간30분이 소요됐다. 법원의 구속 여부 판단은 영장심사 이튿날 오전 5시가 넘어서야 나왔다. 이 부회장은 영장심사를 마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만일 법원이 구속을 결정하면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2년4개월 만에 다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최장 구속 기간이 20일인 만큼 이달 말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1심에서 최장 구속 기간은 6개월이다.
반면 기각될 경우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심해야 한다. 1년7개월이라는 장기간 수사 뒤에 영장이 기각된다면 수사팀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영장 기각 사유가 ‘범죄 혐의는 소명됐지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내용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이 부회장 기소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균형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수사를 이끈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과 최재훈(45·34기) 부부장 검사, 김영철(47·33기)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 검사 등 5명 안팎의 검사를 투입한다. 김 부장검사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이 부장검사와 함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 가기도 했다.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에 대한 두 차례 대면조사에서 김 부장검사와 최 부부장검사가 직접 이 부회장을 조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 측은 법원 판사 출신을 비롯해 대형 로펌을 주축으로 한 변호인들이 영장심사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기동(56·21기), 이동열(54·22기), 최윤수(53·22기) 등 특수통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이 부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됐지만 영장심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측면에서 지원한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균형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과 관련해 지난 4일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2017년 두 차례 영장심사를 받았다. 첫 번째 영장심사에선 구속을 피했으나 두 번째 영장심사에서 결국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구속 1년 만에 석방됐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 시세를 조종하고, 부정한 거래를 했다고 의심한다. 또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2012~2014년 1조8000억원대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고, 2015년 말 회계처리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려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본다. 콜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기업의 가치가 상승해도 일정 가격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다. 기업 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회계상 부채로 책정된다. 즉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보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 자체에 불법이 없었고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역시 국제 회계 기준에 맞게 이뤄져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 부회장이 합병 및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에 관여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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