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평행우주에 살고 있다면, 당신의 다른자아는?
갤러리바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 첫 한국전
Rinus Van de Velde, The artist monographs… 2020, colored pencil on paper, 36.6 x 39.6 cm, 80 x 83 cm framed [사진제공=갤러리바톤]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화가가 이젤 앞에 서서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그 장면 아래 손으로 쓴 캡션을 달았다. "내가 만드는 예술가의 모노그라프는 전부 손으로 제작한 것들이며, 사진과 같은 현대기술을 활용하지 않았다. 책에 쓰인 복제본 그림들은 오리지널 카피를 그린 것으로, 모두 조금씩 다르다"

자세한 설명글은 다양한 상상을 자극한다. 한 화가의 하루를 들여다보듯, 관객들은 그림이 가진 스토리에 빠져든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37)의 '페이크 오토바이오그라피'시리즈다. 그렇다. 말 그대로 이 시리즈는 모두 지어낸 이야기, 즉 '픽션'이다.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이 설치, 비디오,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첫 한국전 '존재의 다른 면에서(on another plane of existence)'를 개최한다.

Installation view, Rinus Van de Velde, ‘On Another Plane of Existence’, Gallery Baton, Seoul, 2020 [사진제공=갤러리바톤]

작가는 그림 아래 캡션이라는 레거시미디어에서 자주 쓰는 방식을 활용해 픽션을 사실처럼 포장한다. 인터넷 상에 주어지는 이미지, 무한 생산되는 뉴스 등을 아무런 거름장치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의 현실을 파고드는 것이다. 목탄으로 그린 흑백의 그림은 '흑백'이라는 특성때문에 좀 더 팩트처럼 느껴지고, 이미지는 비록 창조한 것이지만 인터넷이나 백과사전 등 레퍼런스가 있다. 텍스트는 유명 소설이나 수필에서 차용한다. 핍진성을 획득한 작품은 관객을 대놓고 유혹한다.

최근 시작한 컬러 작업은 SNS 친화적이다. 관객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작품을 접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작가는 SNS플랫폼으로 진출했다. 평행우주이론에 근거한 '페이크 오토바이오그라피' 시리즈를 따라가다보면 다른 우주에 사는 작가의 또다른 자아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림앞에 선 관객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이제 자문해 볼 수 밖에 없다.

영상작업은 이러한 사실과 허구를 극단적으로 오간다. 장장 3년동안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목재와 골판지로 총 17개의 스테이지를 만들고, 특정한 대본없이 작가 자신과 그의 갤러리스트, 동료와 친구들이 배우로 참여했다. 대놓고 스테이지를 노출하는 작품 앞에서 이것은 분명 '허구'라는 것을 알지만 내러티브를 따라가다보면 그같은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허구와 현실은 이렇게 애매한 경계선에 서 있는 것이다.

리너스 작가는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나고 자랐으며, 세인트 루카스 인스티튜트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벨기에 S.M.A.K.(2016), 네덜란드 스테들릭 미술관(2012), 스페인 CAC 말라가 (2013), 베이징 CAFA 미술관(2014) 등 유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내년에는 스위스 쿤스트 뮤지엄 루체른, 벨기에 보자르 미술관의 대형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갤러리바톤에서의 이번 전시는 대형 개인전에 앞서 페인팅, 드로잉, 비디오, 세라믹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다. 6월 27일까지.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