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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이 ‘흡혈귀’라던 볼턴, 북미협상 길목마다 ‘제동’
日과 보조…北美협상 벽 높이기 막후 역할
종전선언 막기 위해 北 ‘핵 기본선언’ 요구
국무부 합의 초안 불만 트럼프 직접 공략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회고록 곳곳에서 북미협상 진전에 대해 우려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막후에서 노력한 사실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볼턴 전 보좌관이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정세가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배경에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되는 자신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북미가 진전된 합의를 도출할까 노심초사하며 방해했던 일들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의구심과 미국의 지나친 양보 우려를 내세웠지만 북미협상 장기교착과 남북관계 악화 등 한반도정세 진전을 가로막는데 일조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볼턴 전 보좌관이 북미협상에 제동을 건 흔적은 회고록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 미 국무부가 마련한 합의 초안에 불만을 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공략하기로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북한이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여전히 미국을 속이고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준비했다. 영상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영상을 본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 의도대로 “내게 지렛대가 있으니 서두를 필요 없다. 회담장에서 걸어 나올 수도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때 크게 안도했다고 회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등 국무부가 만든 합의문 초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그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대행,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 등을 상대로 국무부 초안이 미국의 입장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설득했다. 그는 초안에 대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내용들”이라며 “마치 북한이 만든 초안 같았다”고 혹평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멀베이니 비서실장대행 등으로부터 초안을 보고받은 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볼턴 전 보좌관의 손을 들어줬다.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때도 볼턴 전 보좌관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데 매료돼 있었다며 이를 ‘나쁜 소식’이라고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이후 일본과 보조를 맞추며 북미합의에 종전선언이 포함되지 않도록 공을 기울였다. 그는 종전선언 대가로 북한에 핵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기본선언 등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면서 북한이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봤으나 최소한 종전선언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당시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으로부터 북한 비핵화 범주에 핵무기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포함해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막후에서 역할했다.

그는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에게 대북제재 완전해제가 아닌 단 1% 완화라도 요구하는 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언급했다고 소개한 뒤 “그날 회담에서 최악의 순간”이었다며 “만약 김 위원장이 ‘예스’라고 했다면 형편없는 합의를 타결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하노이 노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편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볼턴 전 보좌관을 겨냥해 ‘흡혈귀’, ‘인간쓰레기’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비난해가며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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