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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성락원 정체성을 ‘세탁’했나, 유령인물 이용 문화재 범죄?
성락원 명칭의 명승 박탈후 성북동별서로 재지정 추진
이미 지정된 별서정원 22곳 전체 역사성 재검토 착수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서울에 남아있는 유일한 친자연 한국정원인 서울 성북동 성락원은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으로 지정돼 국비와 지방비 56억원이 투입돼 보존돼왔다.

문화재청은 1992년 사적 제378호로 지정했으며, 관련 법률이 개정된 이후 2008년 명승으로 재지정됐다.

이 정원의 수려함이나 독특함은 인정받고 있지만, 지정 당시 관련 기록이 허위로 판명되면서, 명승지위를 박탈당하는, 안타까우면서도 의문이 계속 남는 일이 발생했다.

1만4407㎡(4365평)이라는 넓은 생태지역에 쌍류동천(雙流洞天)과 용두가산(龍頭假山)이 있는 전원(前苑), 영벽지(影碧池)와 폭포가 있는 내원(內苑), 송석(松石)과 못이 있는 후원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다. 두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고, 곡류를 빚어내는 작은 산이 버티고 있으며, 주변엔 수많은 식물들이 도심 답지 않게 건강하게 자라며 풍취있게 만들어진 인공폭포가 있는 곳이다. 미학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나 매우 의미있는 자취였다.

문제는 지정당시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沈相應)의 별장을 의친왕이 별궁으로 사용하던 곳’이라는 문구에서 철종때 심상응이라는 이조판서가 유령인물이라는 것이다.

수년간 많은 학자들이 “그런 자가 없다”고 지적해도 문화재청은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이 문제를 공공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지적하고 마침내 2019년 국회에서도 문제가 되면서 그제서야 문헌고증에 나섰다.

지난해 6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심상응의 존재 여부를 질의한 결과, 국사편찬위로부터 철종 때 이조판서 심상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사편찬위는 “위원회가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한국사 주요 사료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한국사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승정원일기 1898년(고종32년) 2월 22일 ‘경기관찰부 주사 심상응을 임명함‘이라는 1건의 기록이 검색되나 시간적인 격차나 지위 고하를 고려하면 위 검색 결과의 인물이 ‘조선 철종 시기 이조판서 심상응’과 동일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국사편찬위원회는 ”‘승정원일기‘ 철종대‘이조판서’ 검색어로 1084건의 기사가 검색되나, 모두 ‘심상응‘과 관련이 없다”며 “조선 철종 시기 이조 판서를 역임한 심상응은 자료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락원은 하나의 작은 국립공원 같은 곳이다.

결국 문화재청은 명승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한데도, 허위사실 기재를 이유로 성락원의 명승 자격을 24일 박탈했다.

누가 무슨 의도로 유령 역사인물을 내세워 이 건물의 정체성을 ‘세탁’했는지, 문화재의 사유화를 도모했던 것은 아닌지, 서류 조작에 따른 다른 이득은 없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 문화재 분야에는 여전히 음험한 도굴꾼 같은 자들의 복마전이 존재한다.

문화재청은 ‘서울 성북동 별서’라는 이름으로 재지정할 방침이다.

문화재 분야 민관은 지난해 6~7월 한 달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관련 문헌․자료들을 전면 발굴하여 조사하였고, 그 결과에 대해 관계전문가 자문회의(3회/2019.6.27, 7.10, 10.2), 공개토론회(2019.8.23), 법률자문(2회/정부법무공단)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확인했고, ‘조선 철종 대 이조판서 심상응’은 존재하지 않은 인물임을 확인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성락원 사태를 계기로 이미 지정된 별서정원 22곳 전체에 대해 역사성 재검토에 착수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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