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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금이 많아도 빚 없어도 ‘손해’ 인 세상
주담대 규제하자 신용대출 증가
통화량 증가따라 현금가치 하락
초저금리 영향 예금수요는 급감
자산소득〉근로소득, 양극화 뚜렷



정부 규제로 부동산 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에는 실물자산과 위험자산을 주시하는 투자 대기자금이 쌓인다. 빚을 내서라도 돈을 굴리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인 ‘초저금리 시대’가 여·수신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17조5232억원이다. 전달 말보다 2조8374억원 급증한 규모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차주들이 주요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이 반년 새 7조6000억원 뛰었다.

반면 부동산 대출은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총 451조4558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8461억원 늘었다. 3월에는 전달 말보다 4조6000억원 급증한 데 이어 4월에는 4조5000억원, 5월에는 1조8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연이은 부동산 규제를 내놓으면서 주담대에서 막힌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집값 고공행진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3% 상승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부동자금이 꾸준히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20년 5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4월보다 0.08%포인트 내린 2.81%다. 1996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이어진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인해 주담대 증가세에 한계가 온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매매나 투자를 위한 대출 수요는 여전한 상황에서 반대급부로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든 투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현금성 자금도 쌓이고 있다. 5대 은행의 6월 말 요구불 예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전달 대비 24조3628억원이나 늘었다. 요구불 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을 뜻한다.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자금인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처음 5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만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개인은 39조6408억원을 순매수했다.

현금 자체로의 보유 수요는 줄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서 6월 한달 간 10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월 652조3277억원을 기록한 이후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전달 대비 감소 폭은 4월 2조7079억원, 5월 5조8499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6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633조914억원으로, 5월 말보다 10조6785억원이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투자금으로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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