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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의 한계 넘어…405만명 ‘온라인 떼창’
CJ ENM ‘케이콘택트 2020 서머’
일주일간 33팀 출연…공연 갈증 해소
AR·VR·XR 등 각종 신기술 총망라
8년간 ‘케이콘’ 관객수보다 3.5배

K-푸드·뷰티 등 다양한 분야 소개도



‘미래의 공연’이 시작됐다. 2020년 K팝은 코로나19로 가로막힌 ‘공간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었다.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간 열린 CJ ENM ‘케이콘택트 2020 서머(KCON:TACT 2020 SUMMER, 이하 케이콘택트)’에 참석한 33 팀의 K팝 스타들은 한결같이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무관중, 비대면 공연의 한계는 AR 등의 신기술로 극복했다. 텅 빈 객석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속한 팬들의 얼굴이 채웠다. 코로나19로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팬과 스타들은 “다자간 영상통화 시스템으로 멀리 있어도 함께 하는 쌍방향 생방송”을 체험했다. 2012년부터 전 세계에서 K컬처 페스티벌 ‘케이콘’을 진행해온 CJ ENM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으며 올해 처음으로 유튜브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온라인 페스티벌을 열었다. 일주일 동안 진행된 ‘케이콘택트’에는 전 세계 150개 지역에서 405만 명이 함께 했다. 지난 8년간 24회에 걸쳐 진행된 오프라인 ‘케이콘’에 방문한 관객보다 3.5배 이상 많은 수치다.

김현수 CJ ENM 음악콘텐츠본부 컨벤션사업국장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태동한 K팝 팬들의 특성”을 ‘케이콘택트’의 성공 요인으로 봤다. 그는 “K팝은 온라인에서 팬들끼리 서로 소통하다 현장에서 가수를 만나 좋아하며 팬덤이 형성된 특이한 케이스”라며 “보통의 문화는 현장에서 공연을 보고 좋아하지만, K팝은 온라인으로 형성된 팬덤이 대부분인 데다 디지털 세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온라인 공연에서도 결집력이 폭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을 만나 ‘케이콘택트’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없는 게 없다…종합선물세트=오프라인에서 진행된 케이콘(KCON)은 단지 공연만 즐기는 행사가 아니다. K팝 콘서트와 K브랜드를 알리면서, K컬처 전반을 체험하고 공유하는 글로벌 페스티벌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시대를 마주하며 케이콘의 장점을 온라인에 펼쳐놓기까지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김 국장은 “케이콘은 일방적으로 구경하는 페스티벌이 아닌 직접 와서 체험하고, 쌍방향으로 교감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그것을 온라인에 구현하는 것이 ‘케이콘택트’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케이콘택트’를 빛낸 것은 ‘기술의 향연’이었다. CJ ENM이 2016년 연말 시상식 ‘MAMA(마마)’에서 업계 최초로 시도해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도 투입되며 쌓아온 AR 기술의 노하우와 VR, ‘확장현실(XR:eXpanded Reality)’ 등 각종 신기술이 총망라됐다. 이를 통해 팬과 스타가 함께 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K팝스타들의 콘서트와 팬미팅은 미래 공연의 얼굴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마마’와 같은 오프라인 공연에선 특정 가수의 일부 퍼포먼스에만 적용해 그리 눈에 띄지 않던 기술력이 온라인으로 이동하자 공연 전체를 빛나게 하는 요소가 됐다.

김 국장은 “온라인 공연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현장에 접목시키는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특히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노출되는 만큼 ‘방송 사고’의 위험도 많아 철저한 준비 단계를 거쳤다. 제작팀은 이에 일산 CJ ENM에 실제 무대와 똑같은 무대를 설치한 뒤, 한 달 동안 24시간 내내 가상 현실을 구현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케이콘택트’는 사고 없이 엄청난 숫자의 관객을 동원하며 마무리됐다. 단지 공연에만 국한된 페스티벌이 아니었다. 에버글로우의 파우치를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이 공개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였고, 가수들의 티셔츠, 에코백 등 엠디 상품을 글로벌 지마켓과 연동해 판매했다. 아이돌그룹 SF9과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는 한국의 농수산식품과 어울리는 레시피를 소개하며 K푸드를 알렸다. 음악, 뷰티, 음식 등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한국 문화를 선보인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 다양한 아티스트 소개, 유튜브 최초 유료화=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K팝 시장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 국장은 “케이콘택트 역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문화를 만들되 가요계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K컬처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선구자적인 역할에 앞장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케이콘택트의 큰 의의 중 하나는 특정 기획사가 주도하는 공연이 아닌 만큼 다양한 K팝 아티스트를 전 세계에 소개했다는 데에도 있다. 제작진은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가수들을 알리기 위해 33팀의 출연진은 공개하되 라인업은 공개하지 않았다. 원하는 가수만 보고 나가는 시청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김 국장은 “무대에 설 기회가 적은 친구들을 최대한 많이 세우려 했다”며 “신인과 중소 기획사가 함께 하며 K컬처를 볼륨있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CJ ENM은 케이콘택트와 같은 공연을 통해 K팝을 넘어 힙합, 알앤비 등 다양한 장르의 국내 뮤지션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도 해나갈 계획이다.

유튜브를 통한 유료화를 진행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케이콘택트는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공연과 팬미팅 등 입장권을 2만4000 원에 판매, 한 달간 모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무료 콘텐츠의 천국인 유튜브에서 유료화를 시도한 건 K팝 최초의 도전이다. 오프라인 케이콘의 경우 지역마다 다르지만 입장권은 평균 8~1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 셈이다. 온라인 페스티벌을 통한 수익의 일부는 코로나19로 교육에 소외된 전 세계 소녀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한다. K팝의 팬덤이 10대 소녀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첫 시도가 거둔 성과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다만 과제는 남았다. 전 세계 각 지역에서 개최하며 ‘케이콘’이 지향했던 ‘현지화’ 전략을 대체할 방법을 찾는 일이다. 김 국장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으로 옮겨오다 보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없지만, 개개인에게 맞춰진 상품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시도를 발판삼아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큐레이션을 강화해 맞춤형 종합선물세트를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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