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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살라미나 도자기에 담긴 ‘자주 조선’의 몸부림
병인양요로 프랑스 격퇴했지만 강화도 조약으로 위기
프랑스와 자연스런 화해무드, 살라미나 도자기에 우정 담겨
청나라로부터 완전한 자주권 확보, 만국박람회, 미국도 진출
전등도 서양식으로, 왕실의 클래식 사랑, 커피 외교로 이어져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조선은 삼정의 문란, 노론의 독재 속에 정치·경제적 망조가 가득했지만, 백성과 군사들의 결사항전 속에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이겨낸다. 하지만 1876년 일본의 압력으로 강화도 조약이 체결된다.

서양의 ‘찔러보기’를 물리쳤지만, 일본의 영향력이 커질 위기에 놓였기에 조선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했다. 조선은 청나라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제 정세에 대처하고 자주 국권 국가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서양 기준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원교근공. 가까이에 있는 청·일 세력은 물리치고, 서양과 친교를 확장하는 전략은 고종때에도 구사됐다. 결코 녹록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서양에 보여주니, 친구가 되는 일이 여느 아시아 국가 보다 수월했다.

이미 서양세력이 들어온 청나라, 일본 뿐 만 아니라, 미국에 해외조사단을 파견했고, 이들이 국외에서 습득한 군대 문물과 지식들을 바탕으로 1880년 개화정책을 추진한다.

또 세계 각국의 산업품을 전시하는 만국박람회에 참가하면서 근대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근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 속에서 궁궐 안팎에는 서양식 공간들이 생겨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입한 새로운 도자기가 궁궐 곳곳을 채우게 됐다.

연회는 서양식 도자기 그릇에 놓고, 요즘도 인기를 끄는 ‘셰프 그라운드’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명은 서양식 유리 커버로 새로 바꿨다. 가배 즉 커피와 클래식 음악이 도입된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훗날 고종이 덕수궁에서 클래식 음악회까지 연 것은 기울어져 가는 자주독립의 희망을 끝까지 살리고, 그 염원을 ‘커피 외교’로 풀어가기 위함이라는 재해석도 요즘 나온다.

프랑스의 살라미나

프랑스 도자기가 황제의 선물로 고종에게 전달된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살라미나이다. 살라미나는 그리스 섬이름인데, 그리스 로마 문명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프랑스가 한번 공격했다가 만만치 않은 국력을 보고 놀란 한국에 제대로 된 외교를 하고 싶다고 건넨 선물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은 살라미나를 비롯해 구한만 자주외교의 흔적이 묻어있는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특별전시회를 연다. 오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과 프랑스 수교(1886)를 기념하여 주한 프랑스 공사의 부임때(1888년) 가져온 사디 카르노 대통령의 선물 ‘살라미나 병’과 필리뷔트(Pillivuyt) 양식기 한 벌,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등 그동안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 점이 처음으로 전시된다.

서양식 전등갓

또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도자기 등 약 310건 400점의 소장 유물이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내 최대 근대 도자기 소장 기관으로, 이번 특별전은 개항 이후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노력했던 조선의 생생한 이야기를 ‘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통해 5부의 전시로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1부 ‘조선후기 왕실의 도자 소비’에서는 용준(龍樽)과 모란무늬 청화백자, 정조초장지, 화협옹주묘 출토 명기 등 조선왕실 청화백자를 한곳에 모아 전시한다.

2부 ‘新(신)왕실도자 수용 배경’에서는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등 서양 문물을 선보인다.150여 점의 유리 등갓은 1887년 전기 도입 후 궁중 실내외에 설치된 것이다.

3부 ‘조선과 프랑스의 도자기 예물’, 4부 ‘서양식 연회와 양식기’, 5부 ‘궁중을 장식한 수입 화병’이 이어진다.[관련기사 헤럴드경제 인터넷판 7월28일자 조선왕실의 서양도자기.. 참조]

한국-유럽 연회때 쓰인 서양식 도자기 그릇

국립고궁박물관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전시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29일부터 다음 갤러리(28일 오후 6시부터 접속 가능)에서 주요 전시 내용과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온라인 전시를 제공하며, 오는 9월 1일부터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해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에서 공개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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