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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노동환경, 플랫폼노동자 vs 주 4일근무제
'일로부터의 해방'내건 긱경제, 노동조건 악화
독립계약자 위치, 노동시간· 임금· 재해 취약
디지털원주민 2030 플랫폼 노동자로 전락 우려

100년 전, 일8시간 근무제, 유효성 문제 제기
MS 재팬 등 주4일 근무로 생산성 30%향상
인재 유치, 워킹맘 활용, 팀워크 등 효과 입증
“앱이 만드는 현대적 요소로 포장한다고 해도 긱경제는 초기 산업사회와 유사한 형태를 보여준다. 당시에는 노동자가 장시간을 일하고도 시간이 아니라 생산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산업 안전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며, 산업재해에 대해 보상받을 길도 거의 없었다.”(‘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에서)

#“개똥 치워 드립니다.

2016년 미국에서 반려견의 용변을 치워주는 공유경제 서비스 ‘푸퍼(Pooper)’가 등장했다. ‘개똥계의 우버’라고 불린 이 서비스는 잠재적 용변 처리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 앱 개발자들을 당혹케 했다. 이 앱은 실제 상용화된 앱 플랫폼이 아닌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직접 해도 되는 일까지 공유경제에 맡기는 심각한 실태를 풍자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은 2019년 여름 한 달 동안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했다. 이 기간 직원들의 1인당 매출 기준 생산성은 전년대비 39.9%증가했다. 전기 사용량은 23.1%,인쇄는 58.7% 각각 감소해 비용절감효과까지 얻었다.

4차산업시대에 일과 노동은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또 다른 국면을 맞는 분위기다. 플랫폼경제, 비대면 작업이 가속화하면서 노동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알렉산드리아 래브넬이 쓴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롤러코스터)와 미래학자 알렉스 수정 김 방의 저서 ‘쇼터:하루 4시간 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더퀘스트)는 긱노동과 주4일 근무 등 일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유경제~’는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대안노동의 모델로 인식돼온 긱경제, 공유경제의 허상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에어비앤비, 우버, 단기 아르바이트 서비스인 태스크래빗, 키친서핑 등에 종사하는 공유경제 노동자 80명을 심층 인터뷰해 공유경제 플랫폼의 작동방식과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고한다. 저자는 주로 2030세대에 주목하는데, 디지털에 익숙한 이들이 공유경제 노동자 중 가장 많기 때문이다.

공유경제 노동자는 기존의 노동자와 다르다. 우버의 기사나 에어비앤비 호스트, 핸디 청소원 등 대다수 공유경제 노동자는 종업원이 아닌 독립계약자다. 기업은 산재보험이나 잔업수당 등 사회적 책무를 지지 않고, 어느 때든 일방적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 문제 발생시 해당 기업의 당당자와 대화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답변을 들으려면 수 주가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우버는 기사와 승객에게 회사 메일 주소만 알려주고, 에어비앤비 역시 메일로 상담을 처리해오다 호스트의 아파트가 난장판이 된 사건을 계기로 24시간 전화지원 서비스를 신설했다. 하지만 투숙객이 마드리드에서 감금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도움이 되지 못해 비난을 받았다.

저자는 공유경제의 허상을 꼼꼼이 짚어나가는데, 가령 시간을 정해 자유롭게 일한다는 게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보여준다. 대부분의 공유경제 서비스가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수용해야 하고 항상 대기상태를 요구한다. 태스크래빗의 경우, 응답시간을 30분 이내로 정해놓고 있다. 다른 일을 아예 할 수 없을 정도로 “피를 말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를 어길 경우 언제든 수주를 중단한다.

저자는 공유경제의 많은 서비스가 대중을 사업가로 만든다고 마케팅하지만 폭언, 비인간적 근무시간, 비탄력적 임금체계, 업무 중 사고와 질병 등 그동안 수 세대에 걸쳐 만든 노동자를 위한 보호장치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학 졸업 후 이런 일자리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20대, 추가 소득이 절실해 투잡을 가질 수 밖에 없는 30대, 직장을 잃은 50대 등 다양한 사례에서 사회구조적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쇼터’는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생산성이나 수익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근무시간을 단축한 사례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전 세계 100여 곳의 기업들을 직접 취재, 근무시간 단축제의 전과 후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근무시간 단축은 배부른 기업에만 해당될 걸로 여기기 쉽지만 책에 소개하는 기업은 매우 다양하다. 세계적 평판을 얻고 있는 레스토랑부터 IT기업, 마케팅 광고· 홍보 기업, 게임회사, 디자인·건축 회사, 헬스 뷰티 기업 등 폭넓다. 지역별로도 유럽, 미국, 한국, 일본 등 다양하고, 각 기업이 이를 도입한 목적도 제각각이다.

영국 글래스고의 콜센터 퍼슈트 마케팅은 대기업에 자사제품을 판매하려는 주요기술 기업과 계약을 맺는 모델로 고도의 숙련된 텔레마케터를 필요로 한다. 회사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업계 평균보다 높은 임금에 이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구직자가 500%증가했으며 연간 직원 유지율은 98%, 생산성은 30% 증가했다.

영국 노리치에 있는 광고대행사 플록은 하루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줄이면서 업무를 제대로 마치지 못해 고객이 화를 내고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걸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직원들은 더 긴밀히 협력하고 비효율을 제거하고 팀워크가 더 돈독해졌다. 특히 근무시간 단축제를 실시하는 기업에선 워킹맘들이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유명한 레스토랑 마예모는 2016년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한 데 이어 2017년부터는 주 3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저자는 100년 전, 하루 8시간 노동의 규칙이 4차 산업시대에 이어지는데 의문을 표하며, 최선인지 묻는다.

즉, 100년 전 철학자 러셀과 경제학자 케인즈는 2000년이 되면 누구나 하루 3~4시간만 일하게 되리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기술발달과 노조의 요구 등으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4시간에서 8시간으로 준 상태였다. 20세기 내내 기술발달이 지속되면 노동시간이 더욱 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는 스마트폰 때문에 일과 삶을 구분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이 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일을 향한 열정을 활용할 방법을 달리 생각하고 일의 스위치를 끄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 지음, 김고명 옮김/롤로코스터

쇼터: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안기순 옮김/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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