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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대 큐그레이더의 ‘요즘 커피 힐링’
정화용 엔터하츠 커피전문점 대표
언택트에 원두만 사는 홈카페족 늘어
유기농·공정무역 스페셜티커피에 좋은 기회
전공살린 생약성분·마그네슘 티백 커피 개발
시럽·청은 방부제·색소·합성착향료 3無 고집
원두 로스팅 과정. [엔터하츠 제공]
‘엔터하츠’스페셜티커피전문점에서 로스팅중인 정화용 큐그레이더.
정화용 큐그레이더는 “코로나 이후 커피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육성연 기자]

“코로나 이후 커피를 찾는 사람들의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정화용 큐그레이더(Q-Grader, 커피감별사)이자 엔터하츠 커피전문점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고객들의 변화된 소비패턴을 체감한다고 했다. 주문이나 결제시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고, 카페에서 원두만을 테이크아웃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그가 주목하는 것은 스페셜티커피 시장이다. 외출 자제로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스페셜티커피는 소소한 즐거움이자 취향을 돋보이게 해주는 대상으로 올라섰다. 더불어 식품 안전과 환경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화용 대표가 말하는 ‘포스트(Post, 이후) 코로나’ 시대의 커피 트렌드를 들어봤다.

▶코로나로 가속화된 커피 트렌드=국내 1세대 큐그레이더, 커피 강사등의 경력을 가진 정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인 서울 방배동 ‘엔터하츠’와 여의도 ‘윤중싸롱’을 운영중이다. 일반 커피전문점의 기성품 사용과 다르게 소스와 시럽, 청을 직접 만들어 無방부제·無색소·無합성착향료의 천연재료를 고집하고 있다. 이제는 커피전문가이지만 사실 그는 약사 출신이다. 중앙대 약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미약품에서 근무했으며 직접 약국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처방전의 약 대신 손님에게 커피 힐링제를 건네게 된 이유는 한 가지였다.

“재미있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커피를 공부했는데 직접 참여하는 커피 제조과정의 매력에 푹 빠졌죠. 2010년 미국에서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큐그레이더는 커피 품질 등급을 정하는 커피감별사로, 지난 2009년부터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이 늘어나면서 ‘대한민국 1세대 큐그레이더’가 등장했다. 큐그레이더를 시작으로 10여년 간 커피업계에 종사해온 그는 최근처럼 커피 시장이 빠르게 바뀐 적은 없었다고 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커피 업계 역시 ‘언컨택트(Uncontact)’시대를 위한 트렌드 변화는 전부터 진행돼 왔으나 코로나로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나 모바일 배달이 준비돼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죠. 저희 매장의 경우 지난해 초 부터 여의도 지점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는데 오히려 고객들이 불편해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대면 주문보다 키오스크 앞에 줄이 더 많이 서있습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앱 주문 서비스)나 드라이버스루(승차구매) 비중이 높아진 현상도 마찬가지죠.”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하는 손님도 늘었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 해소와 면역력 유지를 위해 숙면이 중요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전 세계적 추세이다. 정 대표는 특히 오후 시간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가 최근 개발중인 커피도 숙면에 도움되는 생약성분과 긴장완화에 좋은 마그네슘 등을 넣어 만든 티백 제품이다. 또한 외출이 자제되면서 지역에 따라 매출 차이도 생겼다고 했다.

“회사가 밀집한 여의도 매장은 재택근무나 건물폐쇄 등으로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으나, 주택이 많은 방배동 매장의 경우 매출 감소는 없었어요. 홈카페 열풍으로 원두를 구입한 손님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원두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2배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타격이 심하지 않은 서울 근교의 일부 카페들도 언급됐다. 정 대표는 “해외여행이나 거리가 먼 곳을 대신해 휴가지처럼 자연풍경 카페를 찾은 이들이 늘고 있다”며 “실제 이러한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의 경우 주말 매출이 크게 올랐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자연과 공생하는 삶으로의 전환, 스페셜티 커피의 좋은 기회=코로나는 위기지만 홈카페처럼 틈새 시장은 분명히 있다. 그가 기대하는 분야는 스페셜티커피이다. 스페셜티커피협회(SCA)품질 기준에서 80점 이상을 얻은 전 세계 상위 7% 커피를 말하지만 최근에는 지속가능성 등을 포함한 폭넓은 정의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라고 했다.

“스페셜티의 개념은 ‘추적가능한’과 ‘지속가능성’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어떤 지역의 농부가 어떻게 커피를 재배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환경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스페셜티커피 품종이 자랄 수 있는 재배지 또한 고도가 매우 높고 병충해가 적기 때문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식품 안전성과 연결된 ‘유기농 커피’, 착한 소비가 가능한 ‘공정무역 커피’ 모두 스페셜티커피 개념안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즉 코로나로 사람과 자연에 대한 가치가 중요해진 시대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갖춘 스페셜티커피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스페셜티커피는 커피 고유의 맛을 즐기기 위해 로스팅을 약하게 하는 약배전(라이트 로스팅)이 추세인데, 이는 건강 측면에서 보다 우월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커피는 열을 가하는 로스팅 과정에서 항산화성분들이 일부 파괴되므로 약배전에서는 이러한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매력이 더 있다. 스페셜티커피는 만남이 줄어든 일상에서 자신의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상대라는 설명이다. 애초에 스페셜티커피는 누구나 같은 맛을 즐기는 대중 커피 시장에 반하는 방향으로 시작됐다. 정 대표는 세분화된 커피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산지 특성과 가공 및 추출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페셜티커피 분야도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잘 실천하고 있는 미국 포틀랜드의 스텀타운처럼 우리나라도 동네마다 지역 개성을 살린 스페셜티커피 전문점들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커피 문화에서 스페셜티커피의 활약을 기대하는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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