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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노벨문학상 후보 아도니스의 ‘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외

▶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아도니스 지음, 김능우 옮김, 민음사)=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시인 아도니스의 대표 시 선집.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현대 아랍문학과 아도니스의 문학여정을 엿볼 수 있다. 시리아 출신의 진보시인인 아도니스는 정치적 이상이 좌절됨에 따라 시리아를 떠나 레바논,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 머물며 활동하고 있다. 문학을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 여겨온 시인은 평생 아랍 문학, 특히 시의 현대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슬람 이전 시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아랍문학의 큰 줄기였던 전통적 정형시 ‘까시다’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신시’ 운동은 보수적 아랍문학에 균열을 냈다. 현대 아랍의 일상어를 시어로 사용한 그의 시는 ‘죽음을 무릅쓴 파격’으로, 그는 형식의 탈피 뿐 아니라 새로운 세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조망하는 시를 이어가고 있다.‘이 지도가 바뀌었다/세계는 불타고/동과 서는/그 재가 모여 만들어진/하나의 무덤이다’(‘서와 동에서’ 중),‘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나의 타나토스를 사랑하는 너의 낯섦/타자 때문에 근심하며 죽는 너의 낯섦/타자를 연모하며 죽는 너의 낯섦’(‘부활과 재:낯섦에 대한 찬가’중).

▶예술가의 편지(마이클 버드 지음, 김광우 옮김, 미술문화)=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고흐, 앤디워홀, 호크니까지 600년간 예술가 90인의 편지 90편을 엄선한 선집. 다빈치가 1482년 즈음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신의 온갖 재능을 나열, 밀라노 통치자 루도비코 스포르차에게 보낸 이력서부터 신디 셔먼이 1995년 미술 평론가 아서 단토에게 보낸 감사엽서까지 서구 예술사의 주요 작가들의 편지를 거의 아울렀다. 19세기 프랑스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과 오귀스트 로댕 사이에 오간 편지는 이 책 최고의 내밀한 문서. 중년의 이름난 천재가 아름답고 재능있는 젊은 조수와 사랑에 빠진 세기의 연인 스토리의 시작을 알리는 로댕의 편지는 온갖 달콤한 수사와 달아오른 마음을 조급하게 표출하고 있다. 잭슨 폴록과 리 크래스너의 휘청이는 결혼생활을 보여주는 대서양을 오간 편지, 뒤샹의 레디메이드 걸작 ‘병걸이’가 동생 수잔에게 쓰레기로 취급돼 버린 이야기, 비어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 등도 편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은 실물 편지를 스캔해 함께 실었다. 예술가들이 사용한 종이의 출처부터 편지지에 그려진 낙서나 드로잉, 화가들의 실제 필적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바비의 분위기(박민정 지음, 문학과지성사)=‘아내들의 학교’‘미스 플라이트’ 등으로 여성혐오 문제를 짚어낸 페미니스트 작가 박민정의 신작 소설집. 성폭력과 젠더 불평등의 권력관계를 입체적으로보여주는 일곱 편의 소설은 가해자의 피해자의 선악 구도를 넘어 인간관계 안에 작동하는 여러 힘의 작용을 예민하게 포착한다.19세기 프랑스에서 구경거리로 전락한 시체 공시소 모르그와 현재 온라인 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비동의 불법 촬영물 유포 범죄를 병치한 ‘모르그 디오라마’는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폭력이 여전히 오늘도 반복되고 있음을 통렬하게 보여준다. 축제 기간에 여성이 추행되는 영상이 아카이빙되는 미국 뉴올리언즈의 ‘마르디 그라’와 예쁘다, 귀엽다 식의 얼굴평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일상을 겹쳐 여성의 몸과 시선의 폭력을 다룬 ‘세실, 주희’등은 낯설지 않다. 여아 낙태의 역사와 딸이라는 이유로 해외에 입양 보내진 강장희 강장선 자매 이야기로 여성혐오 문제를 풀어낸 ‘신세이다이 가옥’ 등 작품들은 역사와 현실의 병치를 통해 뿌리 깊은 여성 폭력의 면면을 고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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