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北 ‘미진’·‘장애’·‘난관’ 토로…‘당대회 카드’ 돌파 시도하지만…
北 “당ㆍ국가 새로운 상승단계 영도 자신심 표출”
6개월 전 발표 규정 따라…당대회 정기 소집 시사
美대선 이후…북미관계 등 대외정책 결정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로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혹독한 대내외정세 속에 국가경제 목표에 미진하고 인민생활을 뚜렷하게 향상하지 못했다며 이례적으로 경제실패를 자인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은 20일 내년 1월 제8차 노동당 당대회를 예고하며 현재 조성된 어려운 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이 여전히 지속되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예상치 못한 수해까지 덮치는 등 안팎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제8차 당대회를 돌파구로 삼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비장한 北…“8차 당대회, 엄숙한 맹세”=제8차 당대회를 예고한 북한의 언술에서는 비장감마저 감지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 연설에서 “우리 혁명의 중대한 시기 당 제7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사업에서 나타난 편향과 결함들을 전면적으로, 입체적으로, 해부학적으로 분석·총화하고 당과 정부 앞에 나선 새로운 투쟁 단계의 전략적 과업을 토의·결정하기 위해 당 제8차 대회를 소집할 것을 제의했다”고 직접 소집 배경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제8차 대회 소집에 관한 역사적 결정”이라면서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당과 국가활동 전반을 새로운 상승단계로 조직·영도해나가는 자신심의 표출이며 국가의 장래를 걸머지고 자기의 책무를 다해나감으로써 인민들의 하늘같은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려는 우리 당의 강렬한 의지와 엄숙한 맹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제8차 당대회를 열기로 한 것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다. 애초 제8차 당대회는 김일성 주석 생일 100돌,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0돌,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이 겹치는 2022년에 맞춰 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당 우위의 당-국가체제인 북한에서 당 규약 개정과 노선·정책·전략전술 등 주요 결정을 내리는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당 대회를 대형 정치이벤트가 잇따르는 ‘꺾이는 해’에 개최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려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북한은 제재와 코로나19, 홍수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당대회를 1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원래 10월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축제 분위기 속에서 매우 성대하게 개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코로나19의 전세계적 대유행으로 국경폐쇄가 장기화되고 심각한 홍수 피해 등으로 큰 차질을 빚게 됐다”며 “북한의 올해 최대 핵심과제는 단번에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 준비에서 내년 제8차 당대회 준비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경제실패 자인, 새 5개년 계획 예고=북한의 제8차 당대회의 초점은 경제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당 제8차 대회에서는 올해 사업정형과 함께 총결기간 당 중앙위의 사업을 총화하고 다음해의 사업방향을 포함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당 창건 75주년에 맞춰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를 통해 경제사령탑인 내각총리를 정치엘리트인 김재룡에서 경제엘리트 출신인 김덕훈으로 교체하는 등 대부분 경제 관련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김 위원장이 북한의 경제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북한 관영매체도 당 전원회의와 제8차 당대회 소집 소식을 전하면서 현 상황에 대해 ‘결함’, ‘편향’, ‘장애’, ‘난관’ 등의 표현을 써가며 어려운 형편이라는 점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특히 전원회의 결정서는 “혹독한 대내외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됐던 국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며 이례적으로 실패를 자인하기도 했다.

북한은 20일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한다고 예고하면서 혹독한 대내외정세 속에 국가경제 목표에 미진하고 인민생활을 뚜렷하게 향상하지 못했다며 이례적으로 경제실패를 자인했다. [헤럴드DB]

▶트럼프·바이든 승부에 따라 대외정책 좌우=이와 함께 제8차 당대회가 미국 대선 이후라는 점도 주목된다. 당대회 날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오는 11월3일 미 대선 결과가 나온 뒤 내년 1월 미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제8차 당대회는 내부적 목적이 더 크지만 미 대선 결과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미 대선이라는 불투명한 요소가 하나 없어지는 만큼 대외정책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과 ‘브로맨스’를 자랑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미협상 재개를 통해 대북제재 해제를 다시 도모해볼 수 있겠지만, 후보 지명 전부터 날을 세워온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취임할 경우 새로운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탐색기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당대회 소집과 관련한 규정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46년 제1차 당대회를 시작으로 1980년 제6차 당대회까지 6차례 당대회를 열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기에는 열지 않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기에 들어서 35년만인 2016년에야 제7차 당대회를 소집했다. 또 명목상이나마 당대회를 5년 주기로 열도록 한 규정도 지난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삭제하고 당대회 소집 6개월 전에 발표하도록 수정했다. 6개월 앞둔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 소집 예고도 이에 따른 것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는 5년 주기 당대회 소집을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를 정기적으로 소집”할 것을 언급했다.

한편 제8차 당대회는 지난 2016년 김 위원장을 당 제1비서에서 당 위원장으로 추대하며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을 선포한 제7차 당대회 이후 5년여 만이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