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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회성의 한계를 뛰어넘어…미술관, 퍼포먼스 라이브 ‘ON’
신체 활용한 행위예술, 강한 전달력 장점
전시·소장은 까다로워 현대 미술관 숙제
임동식 회고 아카이빙 ‘일어나 올라가…’
설치·영상에 퍼포먼스 접목 ‘하나의 사건’
서울시립미술관, SNS 통해 콘텐츠 제공
공연처럼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퍼포먼스를 미술관은 어떻게 전시할 수 있을까. 서울시립미술관이 ‘퍼포먼스’전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디오라마비방씨어터_송주호, 엔조이!토탈 인터미션 서울시립미술관 ‘하나의 사건’ 전시전경(시노그래픽 및 퍼포먼스, 2020)과 임동식, 화석캐기, 2019-2020, 캔버스에 유채, 232×111 cm (3). [헤럴드DB·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예술가의 신체를 이용해 표현하는 행위예술인 ‘퍼포먼스’. 현대미술의 중요 장르 중 하나다. 그림이나 조각 등 작품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신체를 활용한 행위는 관객들에게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하며 깊은 잔상을 남긴다. 이처럼 막강한 퍼포먼스라고 할지라도 ‘일회성’, ‘시간성’이라는 제약이 있다. 영상, 사진, 회화, 에스키스 등 물질화 된 아카이빙이 아니고서는 다시 만날 수 없다. 퍼포먼스가 없이 비워진 설치물은 물론 의미는 있지만 결합된 형태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현대미술관에게 퍼포먼스는 오랜 숙제다. ‘전시와 소장’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문법을 무너트리기에 도전적인 과제다.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MoMA에서 열린 윌리엄 포프의 개인전도 같은 고민이 깊었다. 도시를 기어다니는 퍼포먼스로 사회적, 인종적, 경제적 갈등에 대한 전복적 질문을 이어온 그의 작업은 아카이브의 형태로 살아났다.

국내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퍼포먼스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술관은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전과 ‘하나의 사건’전을 각각 지난 12일과 19일 개막했다. 개인전과 기획전이지만, 두 전시 모두 ‘퍼포먼스’를 키워드로 한다.

먼저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은 자연과 현장을 캔버스로 일생에 걸쳐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임동식(75)의 회고전이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화업 전반을 다룬다. “(서양 미술의)아류와 추종이 아닌 (우리의 자생적인) 생각과 실천”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는 화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대신 자연속으로 걸어들어가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공주 금강에서, 이름 모를 풀밭에서, 눈내리는 채석장에서 펼쳐진 젊고 날 선 몸부림은 당시의 암울한 현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전시에는 퍼포먼스를 기획했던 에스키스,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그려진 회화까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행위’가 펼쳐진다. 아카이브를 찬찬히 살피며 작품과 만나면 더욱 풍성하게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하나의 사건’전은 이미 과거에 일어난 퍼포먼스를 기록하고 전시하며 소장을 고민하는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전과 달리 현재진행형인 퍼포먼스를 전시장에 끌어들였다. 퍼포먼스를 접목한 설치, 조각, 회화, 영상작품을 전시하고 라이브 퍼포먼스도 전시기간 100여차례 열린다. 강세윤, 김정현, 김해주, 서현석 등 4인의 기획자가 18명의 작가 작품을 제시한다.

이들은 각각 ‘부재의 현장성’, ‘마지막 공룡’, ‘무빙/이미지’, ‘이탈’ 등 4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퍼포먼스가 ‘라이브’만이 전부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퍼포먼스를 가능케 하는 기록도, 퍼포먼스 후의 결과물도 모두 퍼포먼스의 구성요소다.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건 디오라마비방씨어터_송주호의 ‘엔조이! 토탈 인터미션’이다. 퍼포머들이 고고학자로 분해 가상의 유적지에서 인골을 발굴하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VR로 퍼포먼스를 데려오기도 했다. 일회성, 현장성이라는 한계를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뛰어넘으려는 시도다.

다만 전시는 당분간 온라인으로만 만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미술관이 잠정 휴관한다.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페이지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시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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