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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쫄보언니 챌린지] ‘사오정’이 신의 한 수…구본수에게 ‘오솔레미오’를 배웠다
‘목소리 미남’ 구본수의 성악교실
‘오솔레미오’ 일타강사 강림

‘목소리 미남’ 구본수와 함께 한 성악교실 [헤럴드스토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로 ‘나방’을 외쳤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날아라 슈퍼보드’의 한 장면이 눈 앞에 떠올랐다. 조금은 괴상하게 생긴 보라색 사오정이 ‘나방’을 외치던 그 장면. “나아바아아앙~” 걸출한 청년 성악가의 ‘신의 한 수’는 바로 그 ‘나방’이었다.

‘성악 천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팬텀싱어3’를 통해 갑자기 등장한 구본수는 고3 시절 성악을 시작해 불과 한 달 만에 성악과에 합격했다. 유전자가 남다르긴 했다. 부모님이 모두 성악을 공부했다. ‘타고난 목소리’도 가졌겠지만, 남들보다 두 배의 연습을 했다. 지금도 하루에 2~3시간씩 긴 연습시간을 가진다. “소리를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걸 유지하려고 오래 연습을 하는 편이에요. 안 그러면 공든탑이 무너지니까요.”

성실한 선생님을 모셨다. 인생을 통틀어 성악의 옆자리엔 가본 적 없는 기자가 ‘구본수의 성악 교실’의 첫 수강생이 됐다. ‘성알못(성악을 알지 못하는)’ 기자를 위한 구본수 강사의 선곡은 ‘오솔레미오’. 구 강사는 “보통 고등학교 때 가창시험으로 많이 불러봤을 것”이라며 “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곡”이라며 선곡 이유를 일러줬다.

시작도 전에 난관이 있었다. 후렴구의 ‘오솔레미오’야 유명하다지만, 이탈리아어로 된 가사는 입 한 번 떼기에도 부담이었다. 레슨은 시작도 안 했는데, 감동이 이어졌다. 구본수 강사의 배려 덕분이다. ‘미천’한 제자를 위해 한글로 ‘오솔레미오’의 가사를 직접 적어 온 센스. ‘천재’가 확실했다. 천재는 악필이라고 했으니….

구본수 강사의 ‘오솔레미오’ 시범 [헤럴드스토리]

구본수 강사의 시범 이후 조심스럽게 첫 소절을 따라해봤다. 성악의 기본을 몰라 가요를 부르듯 노래를 시작했다. 다만 평소 노래를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 하지만 구본수 강사는 제자의 사기를 북돋는 데에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구 강사와 함께라면 누구라도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길 법 했다. “오오~”라는 감탄사 한 번에 괜히 으쓱해져 노래를 더하고 싶은 마음마저 솟아났다. ‘내가 진짜 잘 하나?’ 싶었다.

본격적인 ‘원 포인트 레슨’. 구 강사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노래를 할 때 호흡을 기본적으로 쓰는데, 호흡만 잘 써도 노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특히 ‘부는 힘’이 중요했다. 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성악가의 발성을 복사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구본수 강사의 소리를 직접 듣고 나면 옆자리 평범한 1인의 발성은 ‘개미 목소리’처럼 느껴지는게 사실.

구 강사의 ‘꿀팁’은 손가락으로 갈비뼈의 바로 밑을 누르듯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호흡을 넣었을 때 텐션이 들어간다”. 그 힘으로 소리를 밀어내면 성악가의 발가락에는 근접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자음과 모음을 내는 순서도 중요했다. 구 강사는 “소리는 모음에 호흡이 실려 만들어진다. 자음만으로는 소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며 “입술 끝에서 자음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노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마’ 발음을 내기 위해선 “후우 분다고 생각하고 ‘음마’라고 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였다.

사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목소리 좀 크게 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성악은 목으로만 완성되는 단계의 음악이 아니었다. 솔직히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런데 온몸의 힘을 총동원해서 부르는 노래이다 보니 피트니스가 따로 없었다.

‘팬텀싱어3’에 출연한 구본수는 프로그램 사상 유례없는 반응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최종 12인의 문턱에서 탈락한 이후 SNS를 들끓게 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의 탈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구본수는 자신의 목표는 “초원 베이스”였다며, “매일 기적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이런 뜨거운 반응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

두 번째 포인트가 ‘나방’이었다. 사오정의 특수 기술인 ‘나방’을 성악에 적용한다는 구 강사. “요들 같은 느낌으로 ‘아아아아아~’를 하는 구간에 소리를 넣으면 포커스가 잘 만들어진다”고 했다.

문제가 또 생겼다. ‘나방’과 함께 ‘오솔레미오’를 부르다 보니 음이탈이 이어졌고, 음이탈이 날까 조심스러워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구 강사는 “성대를 쓰기 시작하기 때문에 음이탈이 나는 것”이라며 “호흡은 많이 나가는데 성대를 쓰는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호흡이 픽픽 지나가 바람 새는 것처럼 음이탈이 생긴다. 성대 근육이 단련되고 완전히 닫힌 상태에서 지나가면 음이탈이 덜하다”고 설명해줬다.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적용하면 ‘단단한 소리’가 완성된다. 일타강사가 확실했다. 구 강사는 “처음에는 한 번에 안 돼서 호흡을 먼저 생각한 다음,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팁을 줬다. 사실상 “단시간에 뽑아내긴 쉽지 않다”고 했다. 구 강사 역시 입시 시절 하루에 두 번씩 레슨을 받으며 연마했던 기술이다.

역대 최고 난이도의 레슨을 마치고 당당하게 평가를 요청했다. “6개월 정도 하면 대학 입시도 가능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진심으로 놀라 ‘텐션’이 올라갔다. 수업을 마치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앞서 인터뷰 당시 구본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노래를 듣고 ‘이 친구가 성악하는 친구군’ 이렇게 들리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는 것. 슬프게도 평균 기간이었다. 짧은 시간 ‘성악의 맛’을 보니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온몸을 사용해 노래를 한다는 것이 중노동이었다. 30분 간의 수업 이후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스쿼트 100번을 한 것처럼 온몸이 쑤셨고, 목이 쉬었다. 대화 중에도 음이탈이 이어졌다. 평소 쓰지 않던 방식으로 노래를 하다 보니 나온 결과였다. 여파가 길었다. 다음날 저녁까지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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