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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영, 남북회담 테이블 앉으라하자 “상대도 없는데요”
北에 대화 재개 촉구…“약속 지켜져야 한다”
“北 호응하면 이산가족 영상편지 바로 교환”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해 남북 합의 이행과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이 장관이 북한 판문각에서 이 장관 일행을 바라보는 북한 측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 공동취재단=헤럴드경제 신대원 기자]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해 남북 간 합의 이행과 대화 재개를 촉구하면서 ‘작은 접근’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사흘 앞둔 이날 판문점을 둘러본 뒤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코로나19 감안 10월 판문점 견학 재개=이 장관은 현장에서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의 라틴어(Pacta Sunt Servanda)를 인용한 뒤 “합의는 이행을 통해 완성된다”며 “양측 지도자의 결단을 완성하고 남북의 시간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남북 공동의 노력이 계속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이 당장 할 수 있는 인도분야와 교류협력 분야의 작은 접근부터 진행해 나가려 한다”며 “그렇게 출발해서 다시 믿음과 신뢰의 시간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그는 작은 접근에 대해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것보다는 작은 한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작은 접근을 통한 협력의 공간을 확대해나가면 다시 또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그 출발로 인도협력, 교류협력, 작은 교역 구상을 밝힌 바 있다”면서 “그것이 작은 접근의 구체적인 내용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는 조건을 전제로 10월중 판문점 견학과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재개, 그리고 소규모 이산가족상봉 제의 등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에 대해선 “금강산이나 판문점을 통해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많이 없는 것 같다”며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화상상봉할 수 있는 기회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것이 안 되면 영상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우리의 의지를 밝혀본다”면서 “북측에서 호응만 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돼있다”며 사실상 영상편지 교환을 제안했다.

이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평양에 대사관 성격의 대표부, 개성, 신의주, 나선 등에 무역대표부 설치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수해 지원에 대해선 “북측에서 수해 복구나 태풍 피해 복구는 자력으로 할 의지가 강해 보이지 않느냐. 그 부분은 그 부분대로 존중해야 한다”며 “그러나 예년 수준보다 훨씬 크게 수해와 태풍 피해가 있기 때문에 때로는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공조하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서로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북한을 향해선 “북측도 두 정상의 약속인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화답해 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 남북공동연락소를 포함한 협의채널이 복원되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공개제안은 따로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겠다”면서 “오늘은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 의미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이행 의지 등을 확고하게 표명한 것으로 정리해달라”며 공식적인 대북 제의는 추후로 미뤘다.

▶“北도 합의 준수 의지 있다고 생각”=이 장관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복안을 묻는 질문에는 “하나의 상처가 있다면 더 큰 마음으로 그 상처를 치유하고 넘어가는 것이 분단과 대결의 역사를 넘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을 통해 각자 마음속에 있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 섭섭한 마음들을 어느 시점에는 털어내고, 뛰어넘어 더 큰 마음으로 남과 북이 평화를 향해, 통일을 향해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는 결단을 해야 할 시간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개성을 중심으로 군사행동을 보류하면서 격화됐던 관계를 진정하고 지금까지 상황을 유지했던 시간을 넘어 새로운 탐색과 협력의 시간을 도모하는 시계추를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북측도 나름대로 합의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이후 김 위원장이 대남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것은 더 이상 긴장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북측은 우리 측 일부 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응해 재설치하려던 확성기를 철거하고 대남전단 준비도 중단한 바 있다”면서 “작년 창린도에서 실시한 해안포 사격훈련이나 올해 5월에 있었던 GP(감시초소) 총격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북측은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우리만의 평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세미나에서 남북군사합의와 관련해 일부 충돌이 있었지만 대체로 북한은 2018년 9월부터 포괄적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날 판문점에서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킴프 보니파스와 자유의 집, 평화의 집,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그리고 남북정상이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 등을 둘러보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한편 이 장관은 자유의 집을 찾았을 때 관리자가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릴 경우 이 장관이 앉게 될 회담 테이블을 가리키며 앉아볼 것을 권유하자 “됐다. 상대도 없는데”라며 거절해 눈길을 끌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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