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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이게 뭘까? 했다가 읽어보면 공감되는 ‘검사의 대화법’
20년이상 현직검사 저자 양중진의 소통기술
“말하지 않은 것까지 듣는 진정한 대화의 힘”
검사경험 통해 사회생활ㆍ처세 팁 까지 담아
저자 “소통은 마음의 합치이자 마음의 일치”

검사의 대화법 표지 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조사도 대화의 일종이다. 다른 대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추상적인 질문과 답변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문과 대답을 구체적으로 하다 보면 나와 상대방의 감정을 다치지 않고 공통의 답에 접근하는 일이 보다 쉬워진다(79페이지) /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잘 알면서도 사실이라고 우길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것으로 잘못 믿고 말하는 경우에도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쓰곤 한다. 그리고 보통 이 지점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131페이지) / 대화는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 등 오감을 총동원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상대방의 시선 속에서, 몸짓 속에서, 냄새 속에서 혹은 침묵 속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자 기초다(161페이지) / 직업과 직위는 인격과는 전혀 다르다. 직업은 그 사람이 하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지, 그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권위는 마음에서 우러난 존경이나 승복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제도나 억압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240페이지) / 신뢰는 이치에 맞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근거에서 생기는 것이지, ‘내 말이 맞습니다’라거나 ‘믿어주세요’라는 추상적 주장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말로써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고자 한다면 본 것은 그 모습을, 들은 것은 그 소리를 그대로 이야기해야 한다(284페이지).”

어느 책에 나오는 글귀다. 대화와 소통, 신뢰에 관한 아포리즘 같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실천이 문제 아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다.

그런데 이를 주장한 저자가 ‘검사’라면? 얘기는 좀 달라질 것이다. 피의자 조사와 심문에 핏대를 올리거나 윽박지르기만 하는 영화나 드라마속 검사 이미지를 감안하면 호소력 측면에서 약간 색달라 보인다. 물론 일단은 색안경을 쓰고 보겠지만 말이다. 검사생활에서 얻은 대화의 기술, 소통의 기술, 신뢰의 기술을 피의자 조사만이 아닌 일반생활의 커뮤니케이션 지혜로 범위를 넓히며, 그 응용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리려는 저자 노력의 흔적은 책 중간중간에 묻어나온다.

저자의 울림이 먹힌다면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해 위아래층 사람이 격투를 벌일 일도 없고, 자동차 접촉사고로 서로 핏대를 세우며 벼랑끝 심정으로 싸울 일 없고, 말도 안되는 지루한 질문과 위선이 뻔히 드러나보이는 거짓 답변으로 일관하는 국회 대정부질문의 허접함도 사라질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는 않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외친다. “말하지 않은 것까지 듣는 진정한 대화의 힘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또 소리친다. “단순히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시간을 많이 들였다고 해서 소통을 이뤘다고 볼 수는 없다. 소통은 마음의 합치, 마음의 일치를 이루는 일이다”고.

20년 이상 현직 검사로 재임 중인 저자는 ‘직장인으로서의 검사’가 대화를 통해 사회생활을 잘 헤쳐나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검사 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그동안 얻은 깨달음을 친근하게 풀어냈다. 저자는 표정, 목소리, 눈빛, 냄새 등 인간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대화의 일부로 바라보고, 나아가 좋은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필요한 마음가짐도 함께 다뤘다.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대화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과정에 주목한 것이다.

저자 양중진은 지난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000년 검사가 돼 서울, 부산, 광주, 고양, 남원 등에서 근무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법무담당관, 법무부 부대변인,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대검찰청 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거쳐 현재는 수원지검에 소속돼 있다. 그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법’이 낯설고 어렵게 여겨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법과 사람이 보다 가까워지는 길에 보탬이 되고자 다방면에서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사의 삼국지》, 《검사의 스포츠》 등으로 이미 만만찮은 ‘저술 내공’을 보여준 바 있다.

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보통 ‘검사’라 하면 특수하거나 은밀한 일을 하는, 일반인과는 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만 검사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도 결국 직장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러한 검사의 사회생활과 삶을 소탈하게 담아내며 그 속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통해 짚어나간다”고 했다. 또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사이에 둔 아내와의 대화,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눈 농담, 초임 검사 시절 서툴렀던 말실수 등을 풀어내며 멀게만 느껴졌던 ‘검사의 대화’를 평범한 일상으로 가져온다”며 “가볍게 풀어놓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현명하고 똑똑한 대화는 무엇이고, 그런 대화가 우리의 삶에서 지니는 가치는 무엇인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책에서 다루는 대화의 범주는 단순히 음성으로 주고받는 ‘말’을 넘어 표정, 몸짓, 목소리, 눈빛, 냄새나 음식, 분위기까지 아우른다”며 “전체적으로 사회생활과 처세의 팁까지 함께 담겼다”고 했다.

목차 중 ‘귀는 반대로 설계되어 있다’, ‘욕을 ‘잘’ 먹는 기’, ‘‘거시기’를 피하라’, ‘냄새는 얼굴이다’ 등의 그 그림이 잡히는 제목도 눈에 띈다. 책 제목 ‘검사의 대화법’ 앞에 달린 ‘마음을 듣고 사람을 얻는’이라는 부제가 책 출간의 의도를 명확히 해준다.

책을 펴낸 곳은 미래의창, 분야는 자기계발, 관련 키워드는 대화법, 대화, 화법, 화술, 처세, 직장인, 사회생활, 인간관계, 소통, 검사 등, 판형은 152*210mm, 288페이지. 값은 1만4800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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