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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크업 마스크’ 쓴 캣츠 객석 등장 명곡 ‘메모리’로 시대의 우울함 위로
뮤지컬 ‘캣츠’ 샤롯데씨어터 11월 8일까지

고양이들에게 객석 전체는 거대한 놀이터였다. 1981년 초연 이후, 40년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지킨 전통이었다. 2020년 강력한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쓴 지금, ‘캣츠’(11월 8일까지·샤롯데씨어터)는 고양이처럼 유연해졌다. 새로운 시대에 맞선 고군분투가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암전. 하얀 마스크만 반짝이는 객석 사이로 ‘젤리클 축제’를 향해가는 고양이들이 튀어나왔다. 관객들의 숨죽인 함성 속에서 고양이들은 민첩하지만 성급하지 않게, 도도한 걸음으로 무대를 향해 뛰어올랐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상황. 코로나19 시대에 객석을 활용한 ‘캣츠’ 무대에서 고양이들은 ‘메이크업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실제 분장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실감나는 메이크업 마스크는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었다. 관객와 배우의 안전을 위해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와 리허설을 거쳤다는 것이 국내 제작사 에스앤코 측의 설명. 마스크 디자인은 분장 슈퍼바이저 카렌 도슨이 했다. 무대에 오른 고양이들은 재빠르게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한 소절씩 노래를 부른다.

객석을 활용한 연출도 코로나19로 상당 부분 달라졌다. 배우들의 객석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존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덕분에 무대는 활용도가 높아졌다. 자동차 보닛, 하수구 구멍, 신문 폐지 속 숨겨진 공간을 활용해 고양이들이 등장하고 퇴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선지자 고양이는 1막 이후 이전과 같이 무대를 지켰다. 하지만 관객과는 ‘닿을 수 없는’ 거리를 유지했다. 2017~2018년 한국 공연만 해도 객석으로 내려왔던 선지자 고양이는 무대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는 깊은 아쉬움을 담아 하염없이 손을 흔들었다. 객석을 지키는 관객들 한 명 한 명 손으로 가리키며 인사를 나눴다.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이었다.

‘캣츠’는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는 단순하다. 일 년에 딱 한 번 젤리클 달이 뜰 때 젤리클 고양이들이 모두 모여 축제를 연다.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는 고양이 한 마리를 선택해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다. 그 주인공은 뮤지컬 넘버계의 명곡 ‘메모리’를 부르는 버림받은 고양이 그리자벨라다. 결론은 해피엔딩. 선지자에게 뽑힌 그리자벨라는 타이어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이 작품은 T.S. 엘리엇의 연작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무대로 올렸다.

작품 속 ‘진짜’는 캐릭터의 향연이다. 축제의 막이 오르면 등장해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는 고양이들이 눈을 뗄 수 없다. 쉴 새 없이 턴을 도는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모두가 좋아하는 부자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 고양이계의 인기남 럼 텀 터거, 화려한 한 시절을 보낸 극장 고양이 거스, 매혹적인 과거는 사라지고 넝마를 뒤집어쓴 그리자벨라. ‘캣츠’의 고양이들은 너무도 고양이 같은 자태를 뽐내지만, 그들의 삶은 다양한 인간군상이자 우리 삶의 시계와 닮았다. 볼거리도 너무도 많다. 댄스 뮤지컬답게 발레, 아크로바틱, 탭댄스까지 매끈한 고양이들은 우아하게 무대를 꽉 채운다. 화려하지만, 경박하지 않고, 우아하면서 품위있다. 고전의 품격은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확인된다.

젤리클 고양이들은 “새날이 올거”라고 기대하면서도 “다시 올 수 있을까” 확인하고, 혹독한 고난의 날을 보낸 후에 “날 어루만져 달라”며 손을 내민다. 그리고 또 다시 희망한다. “새벽이 오면, 오늘밤도 추억이 되겠지. 그리고 새로운 날이 시작될 거야.” (‘메모리’ 중) 그리자벨라의 절규가 빚어내는 노래에 관객들은 마스크 위로 눈물을 떨어뜨린다. ‘새날’을 기다리는 코로나 시대의 ‘캣츠’가 건네는 위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일년 중 한 번 뿐인 고양이 축제는 이내 ‘기적’이 됐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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