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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익목적이면 거짓 주장도 괜찮다는 판결 이해 안된다

천안함 괴담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씨에 대한 서울고등법원(형사5부 재판장 윤강열)의 무죄 선고는 공익과 표현 자유에 대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재판부가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으로 인해 침몰한 사실은 충분히 증명됐으며 좌초 후 충돌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근거가 없다”고 신씨 주장이 모두 허위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죄 판결을 내린 이유는 ‘공익 목적’이라는 점이다.

신씨는 2010년 3월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에 민간위원으로 잠깐 참여했다 탈퇴한 이후 자신이 운영하던 인터넷 사이트 ‘서프라이즈’와 강연 등의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허위 주장을 펼쳤다. 국방장관 증거인멸설, 어뢰글씨 조작설, 미 군함 충돌설, 구조지연설 등 천안함이 북의 어뢰공격으로 인해 침몰했다는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내용의 괴담들은 거의 대부분 그가 제기했거나 확대 재생산해낸 것들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경솔한 공격이고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기에 비방의 목적이 충분하다”는 1심 내용을 “정부 발표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 그 자체로 국방부 장관, 합조단 위원 개인에 대해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그나마 “비방 목적이 없다”가 아니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게 다행일 정도다.

재판부는 또 실종자 구조 및 선체 인양 지연주장은 “구조작업의 진행을 촉구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봤고 국방장관 증거인멸 주장은 “비방이 아니라 정보 공개를 촉구할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하나같이 공익 목적으로 포장된 면죄부 일색일 뿐 허위 주장을 반복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 사실에 책임을 묻는 내용은 판결문 어디에도 없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확대 해석해 겉으로 드러난 표현만으로 처벌할 경우 중요한 공익적 관심사에 대한 논쟁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지켜져야 할 금과옥조와 같은 얘기다. 문제는 사안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그렇지 않은 사례가 최근에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했다가 지난 8월 유죄판결을 받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억울하기 그지없다. 그의 주장에도 “좀더 자유민주적 정책을 펴라”는 공익목적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이념 갈등을 부추긴’ 죄만 부각됐다.

법원의 잣대를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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