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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캣츠’ 배우3인 “미국이라면 절대로 공연하지 못했을 것”
40주년 맞아 한국 찾은 뮤지컬 빅4 ‘캣츠’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 인터뷰
 
“코로나에도 한국 무대 설 수 있는 것은 행운”
뮤지컬 계의 ‘철인3종’…쉽지 않은 고양이 묘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메모리’의 힘
“공연 중 세상 떠난 어머니…‘메모리’ 듣고 눈물”

“서울 이어 대구도 위로할게요”
지난 7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 입국한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팀은 2.5단계로 격상한 9월 9일 개막, 관객과 만나고 있다. ‘캣츠’에 출연 중인 배우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왼쪽부터)는 “코로나19 시대에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행운”이라며 입을 모았다. [클립서비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유례없는 감염병이 당도한 팬데믹 시대의 한국은 전 세계 공연계가 주목한 코로나 방역의 선도국가였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막을 올리지 못한 빅4 뮤지컬 중 두 편이 올 한 해 한국 땅을 밟았다. 마스크 착용부터 대화, 음식물 섭취 금지, 체온 측정, QR코드 문진표 작성까지…. 안전한 공연장을 만들어온 ‘K-방역’의 힘이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캣츠’의 배우들은 지난 7월 일찌감치 입국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거리두기 1단계에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러다 8월을 지나며 2단계, 2.5단계가 되더라고요.” (브래드 리틀) 한국인 아내와 서울에서 살고 있는 브래드 리틀(Brad Little)을 제외한 모두 배우들은 2주간의 자가 격리까지 마치며 일찌감치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광복절을 기점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며 마음도 졸였다. 공연은 지난 9월 9일, 거리두기 2.5단계에서 막을 올렸다. 객석 띄어앉기가 적용된 공연장에서 한국의 관객을 마주하는 것도 낯설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름다운 넘버 ‘메모리’를 열창하는 그리자벨라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조아나 암필(Joanna Ampil)은 “관객들이 과연 올까 싶은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막을 올리자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보였다. “우리를 믿고 지지해준 관객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고 있어요.”(조아나 암필)

한창 공연 중인 서울 잠실 롯데씨어터에서 만난 ‘캣츠’의 세 배우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Dan Partridge)는 “한국의 무대에 설 수 있어 행운”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설 수 없는 고국의 친구들”(조아나 암필)을 떠올렸고, 그래서인지 “신나는 마음이 들면서도 죄책감과 책임감이 커진다”(댄 파트리지)고 했다. “런던에 있던 제가 서울에 왔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매일 실감하고 있어요. 한국인들은 이 시국에 똘똘 뭉쳐 모든 철칙을 지켜내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댄 파트리지) ‘빵 서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한국인이 사랑한 영원한 ‘팬텀’(‘오페라의 유령’ 주인공) 브래드 리틀은 “미국인으로서 감히 당당히 말씀드리자면, 미국에서라면 절대로 공연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 [클립서비스 제공]

▶ 40년 전 원본에 가장 가까운 ‘캣츠’이자 코로나 시대의 변화=팬데믹의 위기 속에 무대에 오른 ‘캣츠’는 고전의 가치를 유감없이 펼쳐보이는 작품이다. 영국 시인 T.S.엘리엇이 쓴 시를 바탕으로 뮤지컬 계의 ‘살아있는 전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음악을 쓰고 질리언 린이 안무를 맡았다. 1981년 런던에서 초연,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전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린다.

브래드 리틀은 “이번 공연은 40년 전 원본에 가장 가까운 공연”이라며 “고양이의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 그롤타이거(Growltiger)가 다시 돌아온 작품이다. 그걸 꼭 보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캣츠’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캣츠’만의 재미이기도 했던 인터미션 때의 관객과의 접촉은 사라졌고, 객석에서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메이크업 마스크’를 썼다. 무대에 올라와 재빠르게 마스크를 벗는 순발력도 연기의 일부가 됐다. 지혜롭고 현명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를 연기하는 리틀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이자 한국인 아내와 결혼, 국내에선 ‘빵 서방’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 브래드 리틀은 이번 작품에서 지혜롭고 현명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를 연기한다. [클립서비스 제공]

“마스크 아래 감춰진 표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보이든 안 보이든 올드 듀터러노미의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코로나19를 마주한 상황에서도 무대에서 창조적 예술을 전달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죠.”(브래드 리틀)

고양이 세계의 ‘핵인싸’이자 최고 바람둥이 럼 텀 터거를 연기하는 댄 파트리지는 “배우가 느끼는 전율이 관객에게 놓치지 않고 전달되고, 그 안에서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다”며 “긴장한 얼굴로 객석에 들어온 관객들이 무대를 즐기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캣츠’는 ‘뮤지컬의 철인3종’이라 불릴 만큼 고양이로 변신하는 배우들에게 혹독하고 특별한 연습과정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배우들에겐 각각의 고양이를 연기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형용사 3개가 주어진다. 어떤 형용사인지는 이 작품만의 비밀이다. [클립서비스 제공]

▶ 쉽지 않은 고양이 연기…뮤지컬 계의 ‘철인3종’=진기한 고양이들의 세계가 펼쳐지는 ‘캣츠’는 ‘뮤지컬의 철인3종’이라 불릴 만큼 배우들에겐 혹독하고 특별한 연습과정이 요구된다. 저마다의 고양이를 연기하기 위해 제작진은 배우들에게 ‘3개의 형용사’를 준다. 지난 40년간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캣츠’만의 비밀. “각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형용사”라는 것이 관계자의 귀띔이다. 브래드 리틀은 “‘캣츠’를 보면서 이 형용사를 유추해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일 것”이라고 했다.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커다란 고양이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사뿐사뿐 가벼운 몸짓으로 걷거나, 나른하게 눕기도 하고, 몸을 길게 늘어뜨려 기지개를 켜고, 서로의 몸을 비비며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댄 파트리지는 “사람의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가이드라인의 토대 안에서 해석하고 즉흥으로 선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고양이의 모습을 관찰하고 지켜보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브래드 리틀은 “삶의 일부였던 고양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연기했고, 댄 파트리지는 “형제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에게서 영감을 받아” 럼 텀 터거를 만들었다. 사춘기의 반항아에 관심 받기 좋아하는 캐릭터로 표현한 것이 포인트다. 브래드 리틀은 “젊은 친구들이 보여주는 한계는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보게 된다. 매번 감명깊게 관찰하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했다. 조아나는 유튜브와 다큐멘터리를 탐독했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키우진 못해요. 공연 때마다 왜 그렇게 재채기가 나오나 했더니 이유가 있더라고요. (웃음)”(조아나 암필)

조아나 암필은 ‘캣츠’의 아름다운 넘버 ‘메모리’를 열창하며 코로나19 시대의 관객들을 위로한다. [클립서비스 제공]

▶ 코로나19 시대 ‘메모리’의 힘=40년을 이어온 명작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으며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댄 파트리지는 “‘캣츠’는 무대 위 열댓 명의 사람들이 고양이인 척하는 공연이 아니”라며 “다른 공연과 비교할 수 없이 잘 만들어진 공연이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에선 조아나 암필이 부르는 ‘메모리’ 한 곡만으로도 ‘캣츠’를 봐야하는 이유를 더해준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토해내는 감정엔 누구나 기다리는 ‘새 날’을 향한 갈망이 절절히 담겼다. 정작 그는 “사실 부담이 큰 곡”이라며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많이 부른 노래이고, 관객들이 잘 아는 노래이다 보니 무대에 오를 때마다 두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브래드 리틀은 공연 중 미국에 계신 어머니의 부고를 접하고 “조아나의 ‘메모리’를 듣고 눈이 부을 정도로 울었다”고 말했다. [클립서비스 제공]

브래드 리틀은 하지만 “조아나의 ‘메모리’는 언제나 특별한 감정을 준다”고 했다. 그는 공연 중 미국에 계신 어머니의 부고를 접했다. “공연은 계속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어요. 조아나가 ‘메모리’를 부르는데 눈이 부을 정도로 울었죠. 관객들에게 등을 보이며 손을 들었어요. 그건 어머니에게 하는 인사였어요. 그날의 ‘메모리’는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될 거예요.”

‘캣츠’가 건넨 위로는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로 전해져 한 공간에 모인 이들을 끈끈하게 묶는다. 댄 파트리지는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우리가 얼마나 잘했는지, SNS로 글을 남겨준다”며 “그걸 보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됐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팬들 중 하나다”라고 했다. 12월까지 이어지는 서울에서의 공연을 마치면 ‘캣츠’는 대구로 향한다. 세 배우는 모두 대구에서 또 다른 팬들을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

“공연은 인간에게 꼭 필요해요. 감정을 해소하고 새로운 감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관객과 배우 모두에게 그런 역할을 해요. 대구에서 새로운 팬들을 만나 위로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브래드 리틀·조아나 암필)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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