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일본 속 딴 나라’ 오키나와 다시 읽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를 둘러싼 상황에서 요청되는 것은 올바른 상황 설명이나 매래예측이 아니라(…) 바이러스 문제로 환원할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사고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본다”

오키나와학 선구자인 도미야마 이치로는 또 다시 오키나와를 사유한 저서 ‘시작의 앎’(문학과지성사)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대개 어려움, 불안에 직면하게 되면 설명하고 예측하며 미래를 단순화하는데, 단순한 미래에 현재의 많은 불편한 문제들이 가려지고, 위험의 설정에 따른 배제가 따른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현대사 속에서 그렇게 배제돼온 지역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졌고 20년 가까이 미군이 점령했던 곳,현재 일본 내 미군기지 70%가 자리잡고 있다. 오키나와 전투 당시 오키나와어로 말하면 간첩으로 간주돼 처형됐다. 대지진때는 표준어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조선인들이 죽임을 당한 사실은 오키나와인들에게 회자된다. 말을 하고 있는데 말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탈식민주의 이론가인 프란츠 파농이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정신과의사로 부임, 종종 아랍인으로 오인돼 경관의 신문을 받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파농을 통해 오키나와를 사유해 나간다.

저자는 오키나와어로 말하는 것은 파농이 아랍인으로 오인되는 것과 성격이 같다고 본다. 오인되는 상황은 말에 앞서 벌어지며 죽음의 공포를 동반한다. 존재증명을 통해 벗어난다해도 다음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공포와 절망은 이어진다.

도미야마는 말에 대한 놀라운 탐색을 보여주는데, 특히 ‘○○로 보인다’는 말이 갖는 폭력성에 주목한다. ‘수상쩍은 사람으로 보인다’‘범죄자로 보인다’‘빨갱이로 보인다’‘과격파로 보인다’ 등의 발언은 이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식으로 굳어지는데, 이렇게 말이 정지한 곳에는 폭력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인종주의, 계엄상황 뿐 아니라 말대꾸를 허용하지 않는 교실, 직장, 아르바이트 현장 등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감각 자체만으로 말이 정지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말이 말이 아닌 것으로 배제된 영역에서 나타나는 타자와의 관계, 나와 상관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어떻게 가능한지 사유하며,그 통로 역시 말에 있음을 강조한다.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집단적인 말, 말이 연결될 수 있는 ‘장’을 통해 앎이 형성·확장되고 그를 통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 연결의 장은 바로 함께 읽고, 쓰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의 오키나와 탐색은 온갖 차별과 배제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적용이 가능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시작의 앎/도미야마 이치로 지음, 심정명 옮김/문학과지성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