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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엔 ‘벼린 칼’, 공공엔 ‘무딘 칼’…바짝 움츠린 재건축·재개발
공공재건축·재개발 “어느 장단에 춤추나”
정비사업 규제 완화 놓고 현장 혼란 확대
정부가 권장하는 공공재개발은 높은 장벽
공공재건축은 참여율 저조 당근책 ‘만지작’
도심 용적률 완화 등 민간에만 엄격한 잣대
이상-현실간 괴리 줄여야 공급에 숨통틀듯
서울 재건축을 대표하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정부가 지난 ‘11·19 전세대책’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한 공급 확대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집값 각종 통계에서는 시장 안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의 핵심 해법으로 꽉 막혀 있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꼽는다. 정부도 최근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에 힘을 실어주며 이전과 달리 정비사업에 전향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면밀한 검토 없이 만들어진 정부 대책이 잇따르면서, 현장에서는 “혼란만 커지고 자칫 공급 속도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 온도차 뚜렷 “어느 장단에 맞춰야…”= 1일 정치권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8·4 공급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공공재개발 관련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지난달 24일 개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안 심사 검토과정에서 임대 건설 비율 등에 대해 문제가 내부적으로 제기되면서 기존 방안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 개정이 미뤄짐에 따라 향후 후보지 선정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공재개발은 정부가 8·4 공급 대책을 통해 발표한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치열한 눈치 경쟁을 거쳐 이미 최종 사업 후보지 선정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어서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요구된 바 있다.

당초 정부와 서울시는 이미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공모를 벌여 60곳의 신청을 받았고 12월 중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여당과 국토교통부는 개정안 통과 지연과 관련 “조속한 시일 내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적극 추진하고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해당 정비사업장과 지자체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공공재개발 대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도시재생 지역이라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공공재개발 공모 신청 반려 공문을 받은 종로구 창신동과 숭인동 주민들은 전날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공공재개발사업 후보지 공모사업 대상 제외 회신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서울시 측에서 내린 결정이 국토교통부 유권해석 내용과 부합하지도 않고 법률적합성 및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창신동 공공재개발 추진위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도시재생과에 문의 결과 공공재개발에 참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시작한 건데 (서울시가) 말을 바꿨다”며 “국토부에 질의 결과도 도시재생과 공공재개발은 서로 상충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자료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공재건축의 경우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사전컨설팅을 철회하는 등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이 추가 인센티브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잇따라 ‘당근책’을 내놓고 있어 공공재개발과 대조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강남권의 재건축 조합의 한 관계자는 “기존 규제가 여전한데다 임대 비율 등을 놓고 (공공재건축에 대한) 조합원들의 여전히 거부감이 크다”면서 “생색내기식 완화 대책으로는 큰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규제 강화의 역설…“정부 대책, 이상과 현실간 괴리 크다”= 재건축 규제 강화 기조가 역설적으로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만 야기하고 있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일례로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화 규제’ 방안이 발표된 이후 강남구 압구정동과 개포동 등에서 잇따라 조합설립이 이뤄지면서 집값 상승만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심 공급의 핵심인 용적률 완화 문제를 놓고도 유독 민간에만 엄격한 잣대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국토위 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과 층고 규제 완화, 임대차 3법 등 되돌리기에 찬성하느냐”라는 질의에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같은 달 26일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 주재로 개최된 ‘공급점검 태스크포스(TF)’는 도심내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건의한 용적률 상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눈길을 끈다.

TF회의에서는 내년 1월까지 교통편리 지역의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용적률을 700%까지 완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공공 재건축 종상향에 대한 제도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정비사업장 222곳에 용적률 400%를 일괄 적용할 경우 총 42만9616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들 사업장의 기존 주택수(18만1622가구)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서울 시내 정비사업 평균 용적률 250%를 적용했을 때(26만8510가구)와 비교해도 공급량이 16만 가구 이상 더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권 초반에 일관되게 ‘공급부족은 없으며 부동산문제는 투기세력 때문이다’는 식의 논조를 최근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정비사업 등 부동산 규제 만큼은 변함없이 강도를 높이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를 얼만큼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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