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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6년째 ‘옆집예술 프로젝트’로 지역작가 발굴
올해 연천과 포천 작가 9명 선정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경기문화재단(대표 강헌) 지역문화팀은 연천군 폐벽돌공장에서 올해로 6회째 진행하고 있는 ‘옆집에 사는 예술가’ 온-오프라인 전시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옆집에 사는 예술가는 경기도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 활동에 매진해온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개방하는 오픈 스튜디오이다. 일반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티스트 토크 형식에서 벗어난 신개념 오픈 스튜디오를 지향한다.

예술가의 작업실이라는 지극히 은밀하고 사적인 곳에서 예술가의 일상, 취향, 습관 등을 엿보거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해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옆집예술은 경기도 전역의 예술가 작업실을 작년까지 88곳을 방문하고 그들의 일상과 취향, 스타일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시대를 마주한 옆집예술은 지금까지 고수해온 ‘예술가의 사적인 공간에의 초대를 잠시 멈추어야 했다. 예술가와 오밀조밀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입맛을 공유하거나 함께 취미생활을 해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그런 소소한 만남의 시간은 박탈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운 만남이다.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지나간 만남을 다시 미래에 마주할 수 있기를 염원하며, 올해 옆집예술은 ‘전시’라는 비대면의 형식으로 그 만남을 대신한다.

올해 옆집예술이 집중한 지역은 포천과 연천이다. 포천과 연천은 아직은 문화예술 기반 지원시스템이 취약하지만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품은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의 천혜의 자연 경관이 있고, 고대와 현대의 역사가 중첩되어 있다. 고대 선사 시대의 유적들이 곳곳에 잠들어 있는 땅 위에는 현대사의 상흔들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포천과 연천의 가능성을 시사해줄 이 오묘한 시간의 지층이 바로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다.

옆집예술 전시 포스터.

▶옆집예술2020 : 오래된 미래의 뉴-노멀=위기의 인류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오래된 것(the ancient)에 있다는 오랜 지혜를 되새겨 본다. 오늘날 인류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치된 시간의 질서를 재구성해보니 실낱같은 희망이 보인다. 그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가장 원초적인 ‘순수’이다. 그리하여 오래된 것, 즉 ‘과거’는 기존의 시간적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로 소환되기 시작했다. 나규환, 전미영, 전진경 작가는 상실의 시대를 마주한 동시대인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생의 최전방에 스스로 파견되어 날것의 삶 그대로에 위트를 담아 조형화해온 이들의 작업을 조각, 설치, 회화라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매체를 통해 선보인다.

정정주, 김현준 작가가 주력하는 ‘전치’의 전략은 이 위기의 인류를 위한 하나의 제언이 된다. 이는 안과 밖의 전치이기도, 과거와 미래의 전치이기도,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전치이기도 하다. 정정주 작가는 영상설치로, 김현준 작가는 움직이는 설치조각으로 이 전치의 전략을 구체화한다. 궁극적으로 전치의 전략을 통해 우리가 구하게 될 해답은 가장 ‘순수한 것’에 있다. 때로는 과도한 이상이라는 핀잔을 받을지언정, 김광우, 박영율, 송혜자, 이태수 작가는 자연이라는 순수로의 회귀를 요청한다. 단순히 모든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기보다는 가장 인간적인 층위에서의 자연과의 만남을 요청하는 것이다.

임의적으로 흙을 배합하고 손으로 빚는 송혜자 작가나나 미물이나 풍경에 애정을 쏟아 가장 그 자체에 가까운 모양으로 재현해내는 이태수 작가처럼 직접적으로 자연과 접촉하는 시도는 가장 일차적인 만남이 된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간극인 인간의 정신계를 유람하는 박영율 작가의 신작들, 그리고 그 간극을 망각한 인간의 이기심에 경종을 울리는 김광우 작가의 ‘자연+인간’연작에서도 드러나듯, 순수는 여전히 ‘환상 속의 그대’이기도 하다.

자연과의 만남이 무한정 지연된 이 위기의 시대에 대해 우리는 이미 무뎌져 버렸다. 어쩌면 지쳐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저항도, 극복이나 진취의 몸짓도 없이 응당 이것이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새로운 노멀인 양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번 전시가 그 무뎌짐이라는 뉴-노멀에 대해 잠시나마 돌이켜볼 수 있는 자리가 되어주길 바란다. 전시는 코로나19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온라인 신청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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