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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가의 저승사자’ 바라라 검사 “올바른 일은 올바른 방법으로”

저마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검사 프릿 바라라가 정의와 법치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제시한 지침서를 냈다.

바라라는 월가의 내부자 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71명을 기소, 67명의 유죄를 받아냈으며, 2017년엔 트럼프 대통령의 은밀한 정치적 협력 제안을 검사의 중립성을 이유로 피하다 해고돼 화제가 된 인물이다.‘월가의 저승사자’‘부패 척결의 선봉장’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유다.

바라라는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흐름출판)에서 법을 통한 정의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들려준다.

뉴욕남부지검장 시절, 젊은 검사들을 위한 이상적인 지침서를 구상했다는 그는 무엇보다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이유를 위해 하라”는 선배들의 변함없는 전통을 상기시킨다. 많은 사회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는 법의 실패나 사법절차의 실패에서 오는 게 아니라 사람에 있다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사법체계는 편협함, 그릇된 선입견, 편파적 태도, 사익으로 정의에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흔들린다는 것. 이들은 사법체계를 진실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여기기보다 남들을 짓누르고 뭔가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수사, 기소, 판결, 처벌 등 네 단계로 나누고 세부적인 문제들을 살핀 책은 각 단계에서 드러날 수 있는 법집행자들의 인간적 취약성과 사법 시스템의 허점 등을 일반 독자들도 알기 쉽게 짚어준다. 제1부 ‘수사’에선 진실 추적을 위해 필요한 열린 자세를 강조한다.

편견없이 사실로부터 주장을 끌어내야지 주장으로부터 사실을 이끌어내선 안된다는 것이다. 확증편향이 불러오는 문제, 엄밀함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저자는 엉뚱한 사람이 기소되고 진범들이 장시간 수사망을 빠져나간 사건을 비롯, 전설적인 마피아 소탕작전, 최고의 수사관들의 면면, 신문기법과 도덕성, 과학의 한계까지 한편의 CSI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제2부 ‘기소’에선 검사들의 인간적 딜레마가 조명된다. 검사가 무슨 일을 하는 지에 대한 세세한 과정을 보여준다. 기소를 앞둔 검사가 어떤 판단과정을 거쳐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하고 불기소를 할 수 밖에 없는 범죄는 무엇인지 들려준다.

바라라는 서문에서 “나는 정의실현이라는 임무와 정의라는 대의명분, 정의의 철학을 다시 정립하는 데 개인적으로, 학문적으로 그리고 직업적으로 내 인생 전부를 바쳤다”며, “사람들이 정의의 영역에서 현재의 현실을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돕는”데 책이 보탬이 되길 기대했다.

법치와 정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조롱과 인신공격이 판치는 미국사회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유용한 지침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프릿 바라라 지음, 김선영 옮김/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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