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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백신 누가 맞는게 효과적일까
5인 석학, 융합적 시각 코로나생존법 제시
감영병,사회 내재된 모든 흐름 초가속화

사회관계망 속에 감염 경로·차단 실마리
기업에겐 정부 규제, 탈세계화 등 부담
‘큰 정부’속 민주주의 흔들,세계질서 재편
시장원리 위에 경제 활력 높이는 게 관건
“그런데 이 변화가 어디에서 온 걸까요? 사실은 갑자기 어디서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 이전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던 게 한번에 확 진행되어버리는 거죠. 그 가속이 엄청나게 빠르니까 갑작스러워 보이는 거고요.변화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속화라고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초가속’에서)

백신이 속속 개발되면서 백신 확보와 함께 누구를 먼저 접종하느냐도 관심사다. 연구에 따르면, 선택적 면역조치는 무작위 백신접종보다 2~5배 효과가 크다. 선택적 면역조치를 위해 접종 대상자를 효과적으로 고르는 원칙이 있다. 무작위로 사람을 뽑은 다음 그 사람에게 주사를 놓는 게 아니라 친구의 이름을 하나 대게 한 다음 그 사람에게 주사를 놓는 것이다.

일명 ‘우정의 역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보다 친구 수가 더 많은 친구를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결된 작은 세상에서 허브가 아니다. 허브가 아닌 사람에게 친구 이름을 대라고 하면 허브의 이름을 댈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허브가 당첨되면 가장 효율적인 접종이 된다.

사회학자 장덕진 서울대교수는 ‘초가속’(동아시아)에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과 사회관계망의 연관성을 연구하면 효과적인 방역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6월까지 수도권 코로나 감염 네트워크를 분석, 네트워크 상에서 인기가 있는 사람들, 즉 허브 1%를 제대로 격리시키면 50%의 연결고리가 없어져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코로나19 유행의 한복판에서, 뇌과학자 김대식 KAIST교수, 역사학자 주경철 서울대 교수, 경제학자 함춘호 연세대 교수, 사회학자 장덕진 서울대교수, 경영학자 김동재 연세대 교수 등 국내 내로라 하는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팬데믹과 감염병이 가져올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대해 같이 배워나가고자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해온 과제를 발제하고 토론하면서 이들은 저마다의 연구과제가 코로나 19라는 상황에서 서로 조우하고 수렴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주경철 교수는 역사적 전환점에 늘 감염병이 존재해왔음에 주목한다.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위에서 감염병은 기존의 역사 속에 내재돼 있던 변화를 가속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 19 역시 새로운 변화를 창출해내는 게 아니라 현재 변화의 흐름을 폭발적으로 가속시키는 가속기이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어왔지만 미뤄왔던 것들, 일례로 화상회의나 온라인 강의 등은 20년 전부터 그 효과를 알고 있었지만 실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코로나 19가 이를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함춘호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한다. 우선 경제 글로벌화가 퇴조하고 경제네트워크는 안정성과 복원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금융주도형 자본주의에서 기술주도형 자본주의로,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바뀐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안정적 관계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이 중시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양상은 공급자 중심의 양적 경제에서 수요자 중심의 질적 경제로 전환된다는 점이다.소비자들이 물리적 거리와 관계없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많은 제품을 쉽게 비교·선택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제경제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의 증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경제도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만 또 다른 상황이 있다. 함 교수는 생산성 증가율의 하락, ‘일본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함께 부채 비율 증가와 경제의 비효율성 심화를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이를 해결하려면 시장경제에 대한 사전적 개입을 최소화해 근로의욕과 수익창출 인센티브 등 시장 원리에 기초한 경제 활력과 복원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김동재 교수는 기업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경영전략에 주목한다. 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큰 정부 하에서 정부의 규제, 해외 시장의 변화로 인한 복잡성이 증대해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공정성, 기후변화, 디지털화가 경영 과제로 부각된다.

이런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전략의 패러다임도 바뀔 수 밖에 없다. 과거엔 분석을 하고 계획을 잘 세우면 성과가 나오는 식이었다면 이젠 보완적· 대안적 관점에서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창발성, 탄력성, 유연성 등이 중요해진다. 조직도 과거 중앙집권적·수직적 형태에서 분권화하고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주는 쪽으로 바뀐다. 이런 가운데 김 교수는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문제로 글로벌 강자가 안 보인다는 점을 들었다.

책은 코로나 19로 초가속화하고 있는 각 분야의 변화를 짚고, 향후 과제를 제시하면서, 토론과정을 여과없이 담아냈다. 전문 식견과 입체적 논의, 각자의 현장에서 겪는 경험담이 이슈를 풍성하게 조명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초가속/김대식 외 지음/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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