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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바로티’ 김호중에 라포엠·존노·안단테까지…빗장 푼 클래식, 대중과 만났다
‘미스터트롯’, ‘팬텀싱어3’로 대중과 가까워진 성악가들…
‘트바로티’ 김호중, 클래식 앨범으로 가온차트 석권
라포엠, “클래식 뿌리 잃지 않으며, 친근하게”
‘성악천재’ 존노, 클래식과 다양한 장르 오가
안단테, 소통하는 음악…“변화무쌍하되 대중적”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사랑받은 김호중은 최근 발매한 클래식 미니앨범 ‘더 클래식 앨범(THE CLASSIC ALBUM)’을 통해 가온차트와 한터차트 왕좌에 오르며 클래식을 넘어 대중음악계까지 평정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식품업계 홍보대행사 대표 김지원(가명) 씨는 가수 김호중의 팬클럽 아리스의 회원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식품업계가 침체기가 접어들었던 때에 ‘미스터트롯’을 보며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며 “성악가 출신인 김호중의 노래를 듣고 트로트와 클래식의 매력을 두루 알게 됐고, 평소 ‘클알못’이던 내가 클래식에 입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수의 애호가를 위한 예술이던 클래식이 빗장을 풀었다. 올 한 해 클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대중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미스터트롯’, ‘팬텀싱어3’와 같은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성악가들이 아이돌 못지 않는 인기를 얻으면서다.

올 초 방영된 TV조선의 트로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는 ‘고딩 파바로티’로 이름을 알린 김호중이 출연했다. 과거 ‘스타킹’(SBS)에 출연한 이후 한석규 이제훈 주연의 영화(‘파파로티’)로도 제작됐을 만큼 매력적인 사연의 주인공이다. 독일 유학 이후 클래식 가수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트로트에 도전장을 내민 무대에서 김호중은 최종 4위로 경연을 마무리했다.

흥미로운 점은 프로그램을 마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군백기’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김호중의 영향력이다. 팬카페 트바로티는 현재 9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 성악가로는 물론 트로트가수로도 독보적인 팬덤을 자랑한다.

김호중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은 김호중은 올 한 해 발매한 앨범마다 경이로운 기록을 써내고 있다. 지난 10월 발매한 정규 1집 ‘우리가(家)’는 발매 후 1주일간 53만 2000여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최근 발매한 클래식 미니앨범 ‘더 클래식 앨범(THE CLASSIC ALBUM)’도 선주문만 약 50만 장에 육박하는 기록을 냈다. 가온차트에선 두 종류로 구성된 ‘더 클래식 앨범(THE CLASSIC ALBUM)’은 주간 리테일 앨범 차트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한터차트에서도 두 장이 앨범이 1, 2위(12월 18일 기준)를 차지했다. 트로트, 클래식 계를 넘어 음악계를 완전히 평정한 기록이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김호중에 ‘입덕’한 대중음악 팬들이 그를 통해 클래식의 문턱까지 넘었다.

김호중은 최근 음악인들에겐 ‘꿈의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 공연의 제안까지 받았다. 소속사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는 “해외 공연기획사로부터 김호중의 소집 해제 후 카네기홀 공연 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카네기홀에 오른 아티스트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팝페라 가수 임형주, 가왕 조용필, 패티김, 이선희 인순이 김범수 뿐이다.

‘팬텀싱어3’ 이후 데뷔 앨범을 낸 라포엠의 바리톤 정민성, 카운터테너 최성훈, 테너 박기훈, 테너 유채훈. 리더 유채훈은 “클래식 전공자들이라는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모스뮤직 제공]

JTBC에서 방송된 크로스오버 남성 사중창단을 뽑는 ‘팬텀싱어3’도 클래식의 인기를 견인한 주요 프로그램이다. ‘팬텀싱어3’에 출연을 결심하는 참가자는 크게 두 그룹이다. 10명 중 9명은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이고, 그 외 소수가 소리꾼이거나 재야의 고수들이다. 기본적으로 성악가 그룹이 월등한 만큼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 클래식, 오페라 가수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민다.

올해 방송된 시즌3에서도 많은 성악가들이 주목받으며 팬덤을 형성했다. 모든 멤버가 성악가로 구성, 최종 1위를 차지한 라포엠이 대표적이다. ‘전설의 테너’라는 별칭으로 불린 유채훈을 주축으로 박기훈, 정민성에 카운터테너 최성훈이 함께 하고 있는 라포엠은 ‘성악돌’로 불릴 만큼 막강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라포엠의 강점은 확실하다. ‘팬텀싱어’ 전 시즌을 통틀어 유일하게 성악 전공자로 구성된 팀이며, 처음으로 정통 카운터테너(여성의 음역을 담당하는 테너)가 포함돼있다. 리더 유채훈은 “라포엠에는 정통 카운터테너가 있어 남성 사중창인데도, 혼성 중창 같은 사운드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크로스오버 그룹과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매한 앨범은 말 그대로 ‘크로스오버’다.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절묘하게 오가며 ‘클래식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유채훈은 “이 음반은 라포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며 “클래식 전공자들이라는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팬텀싱어3’에서 라비던스 팀으로 최종 2위에 오른 존노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정통 성악가로 클래식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시도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찾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같은 시즌에서 라비던스 팀으로 최종 2위에 오른 테너 존노는 프로그램 출연과 동시에 ‘성악천재’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팬텀싱어3’ 출연 당시엔 국악, EDM, 월드뮤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 특히 팝 발성과 성악 발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모든 장르를 이질감 없이 들려줬다.

프로그램 이후엔 라비던스는 물론 개인 활동을 활발히 오갔다.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소속된 크레디아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등 다양한 클래식 무대에 서고 있다. 존노 역시 지난 2018년 카네기홀에 섰다. 크레디아 관계자는 “존노 씨는 클래시컬한 모습을 가지고 있되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는 성악가”라며 “클래식 음악을 하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아티스트,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을 (회사의) 비전으로 가지고 있는데 존노 씨의 음악적 방향성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 존노의 음악적 지향점 역시 대중과 소통하면서도 클래식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다. 존노 또한 “예전에 SNS에 ‘변화를 즐기되 변질되지 말자’는 문구를 쓴 적이 있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내 것을 지키는 음악을 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팬텀싱어3’에서 만난 인연으로 결성된 크로스오버 그룹 안단테의 베이스 구본수와 바리톤 안동영, 테너 윤서준. 안단테는 최근 발매한 앨범의 타이틀곡 ‘비밀의 화원’으로 국내 3대 음악 플랫폼 중 하나인 지니뮤직에서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다. 박해묵 기자

‘팬텀싱어3’를 통해 결성되진 않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인연으로 크로스오버 그룹을 결성한 성악가들도 있다. ‘팬텀싱어3’ 탈락 이후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팬덤을 형성한 베이스 구본수와 바리톤 안동영, 테너 윤서준이 만난 ‘안단테’다.

안단테는 ‘팬텀싱어3’ 출신 중 가장 먼저 데뷔 앨범을 선보였다. 지난 11월 발매한 첫 미니앨범 ‘안단테(ANDANTE)’는 기존 크로스오버 그룹과 달리 한글 가사의 신곡(‘비밀의 화원’)으로 첫 발을 디뎠다. K팝 그룹처럼 앨범 발매에 맞춰 쇼케이스를 열고 팬들과도 소통했다. “한국어 가사에 안단테의 감정을 녹여낸 음악으로 듣는 사람의 스토리를 만들되”(안동영), “다른 사람들이 걷지 않는 길”(윤서준)을 선택한 것이다. 그 길은 클래식과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고, 클래식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길이었다. 결과는 좋았다. 타이틀곡 ‘비밀의 화원’은 발매 직후 국내 3대 음악 플랫폼 중 하나인 지니뮤직에서 클래식 차트 1위에 오르며 대중 안으로 들어갔다. 구본수는 “어떻게 변할 줄 몰라 변화무쌍하고,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진 음악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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