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글 흘림체의 모범, 정조비 효의왕후 어필, 보물 됐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2일 왕실 하사품이 완전하게 갖춰진 채 300년 넘게 풍산홍씨 후손가에 전래된 기사계첩 및 함을 국보로 지정하고, 한글흘림체의 모범인 정조대왕비 효의왕후 어필, 경진년 연행도첩, 말모이 원고 등 조선 시대 회화, 서책, 근대 한글유산 등 6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본지 10월29일자 국보·보물 지정 예고기사 참조

1794년 정조비 효의왕후가 한글로 쓴 어필이 보물로 지정됐다.
국보가 된 기사계첩

국보 제334호 기사계첩 및 함(耆社契帖 및 函)은 1719년(숙종 45년) 59세가 된 숙종이 태조 이성계의 선례를 따라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제작한 계첩(契帖)으로, 18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궁중회화이다. 참가한 관료 인원수 대로 나눠갖는다.

기로소(耆老所)는 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 60세 이상 왕을 존경하는 뜻으로 등재,입소시키는 일종의 명예의 전당, 고령 지도자 우대 기관이다. 1719년 당시 숙종은 59세였기 때문에 기로소에 들어갈 나이가 되지 않았으나, 태조 이성계가 70세 되기 전 60세에 들어간 예에 따라 입소했다. 행사는 1719년에 실시되었으나 계첩은 초상화를 그리는데 시간이 걸려 1720년(숙종 46년)에 완성되었다.

이 계첩은 300년이 넘은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훼손되지 않은 채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이는 내함(內函), 호갑(護匣, 싸개), 외궤(外櫃)로 이루어진 삼중(三重)의 보호장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보물 제2084호 경진년 연행도첩(庚辰年 燕行圖帖)은 경진년인 1760년, 11월 2일 한양에서 북경으로 출발해 이듬해 1761년 4월 6일 돌아온 동지사행(冬至使行)의 내용을 영조(재위 1724∼1776)가 열람할 수 있도록 제작한 어람용(御覽用) 화첩이다.

경진년 연행도첩

사행단을 이끈 정사(正使)는 홍계희(洪啟禧, 1703∼1771)가, 부사(副使)는 조영진(趙榮進, 1703∼1775), 서장관(書狀官)은 이휘중(李徽中, 1715∼?)이 맡았고 그림을 담당한 화원으로 이필성(李必成)이 파견되었다. 화첩에는 심양관(瀋陽館)과 산해관(山海關)의 옛터, 북경의 문묘(文廟) 등 유교 사적의 그림이 풍부하게 수록되었다. 그림은 다양한 시점이 적용된 입체적인 건물 표현을 통해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해주며, 시각적으로 선명한 채색과 정교한 묘사는 18세기 궁중기록화의 수준 높은 면모를 잘 보여준다.

보물 제2085호 말모이 원고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 주관으로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1889~?), 이규영(1890~1920), 권덕규(1891~1950)가 집필에 참여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원고이다.

‘말모이’는 말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의미로, 오늘날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주시경과 제자들은 한글을 통해 민족의 얼을 살려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말모이’ 편찬에 매진하였다.

‘말모이 원고’ 집필은 1911년 처음 시작된 이래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1914년까지 이루어졌으며, 본래 여러 책으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ㄱ’부터 ‘걀죽’까지 올림말(표제어)이 수록된 1책만 전해지고 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

보물 제2086호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29~1942년에 이르는 13년 동안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사)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일제가 일으킨 조선어학회 사건은 1942년 10월부터 1945년 1월까지 일제가 조선어학회 회원 및 관련 인물들을 검거해 투옥하고 재판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이윤재, 한징은 옥중 사망했고 최현배 등 11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보물 제2087호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곽자의전(孝懿王后 御筆 및 函-萬石君傳․郭子儀傳)은 정조(재위 1776~1800)의 비 효의왕후 김씨(孝懿王后 金氏, 1753~1821)가 조카 김종선(金宗善, 1766~1810)에게 한서(漢書)의 만석군석분(萬石君石奮)과 신당서(新唐書)의 곽자의열전(郭子儀列傳)을 한글로 번역하게 한 다음 그 내용을 1794년(정조 18) 필사한 한글 어필(御筆)이다.

이 한글 어필은 왕족과 사대부들 사이에서 한글 필사가 유행하던 18세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한글흘림체의 범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제되고 수준 높은 서풍(書風)을 보여준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