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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화운동 성지’ 명동 향린교회, 종로구로 이전한다
50여년 만에 내수동 주택가로…내년 상반기 공사 시작
일부 교회·시민 “동성애 지지하는 향린교회 이전 반대”
서울 중구 향린교회 모습. [향린교회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1987년 민주화운동 성지 중 한 곳인 향린교회가 50여 년간 머문 서울 중구 명동에서 서울 종로구 내수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2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향린교회는 내수동 주택가로 위치를 옮기기 위해 건물 신축을 준비하고 있다. 공사 예정지 문화재 조사가 이뤄졌고, 세부 건축 계획도 논의 중이다.

1953년 설립된 향린교회는 1967년 12월 지금의 을지로2가 옛 중앙극장 터 뒷골목에 뿌리를 내렸다. 은행, 증권사 등 빌딩 숲 속 언뜻 옛날 사무용 건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4층짜리 교회다. 소박한 외양의 ‘교회 같지 않은 교회’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향린교회는 1987년 5월 27일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발기인 대회가 열린 곳이어서 민주화운동 성지로 불린다. 흔한 네온사인 십자가 대신 ‘국가보안법 철폐’ 현수막을 전면에 내걸었고, 반전 평화,노동, 인권, 생태 등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명동 건물은 내년 중 재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곳에는 20층 규모의 건물과 함께 향린교회 건축을 일부 보존하는 공간이 들어서고, 관련 자료 등을 전시·보관하는 아카이브도 함께 만들어진다.

향린교회 이전에 대해 내수동 인근 교회와 일부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향린교회 새 건물이 들어갈 장소에 인접한 한 교회는 지난 9월 향린교회 측의 만남 요청을 거절하며 입장문 한 장을 보냈다.

입장문에서 이 교회는 “교회 건물이 세워질 때는 반드시 해당 지역을 섬기는 기존 교회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며 “직선 거리로 20m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향린교회는 동성애를 옹호할 뿐 아니라 퀴어 축제와 퀴어 신학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죄 가운데 하나가 동성애라고 믿고 있다.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도 덧붙였다.

교회 공사가 시작될 곳 맞은편의 아파트 주민 일부는 소음과 완공 후 교통 문제를 들며 교회 건축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곳곳에 게시한 상태다. 서울 종로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에 10여년 살았다는 한 주민은 “소음·주차 문제도 있지만 이미 교회가 있는데 또 들어온다니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진보적 색채를 띠는 향린교회라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회 측이 토지를 이미 매입한 상태여서 건축 공사는 문화재 발굴 조사 작업이 마무리된 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 관계자는 “건축법 등 관련 규정이나 제반사항을 보고 적합할 경우 건축 허가는 내준다”며 “민원 등이 계속 제기되면 협의의 장을 마련해 민원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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