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와인전문가로 제2의 인생 황 헌 전 앵커 “품절대란? 이제 시작일 뿐”
황 헌 전 앵커는 “인류의 역사보다 더 긴 역사를 가진 와인을 이해하는데”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이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지금 한국의 와인산업은 폭발적 성장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 터널의 5분의1 정도에 와 있다고 할까요, 성장가능성이 엄청나죠.”

와인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열어가고 있는 황 헌 전 MBC앵커는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와인 품절대란 등 폭발적 와인열풍을 그런 신호로 해석한다. 코로나 ‘집콕’ 생활 덕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와인문화가 숙성한 결과로 본다. “2000년대 중반 만화 ‘신의 물방울’이 불러온 신드롬이 시장의 잠재적 에너지를 열어주는 촉발제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와인이 대세”라는 것이다. 그만큼 와인지식과 정보에 대한 대중의 갈증도 클 수 밖에 없다.

그는 시대적 요구를 예민하게 포착, 지난 9월 유튜브 ‘와인채널’을 오픈한 데 이어, 최근 와인 입문서격인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시공사)을 펴냈다. 이 책은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관련서들이 저자의 전문지식을 뽐내는 난해함과 불친절,지루함으로 대중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점을 감안, 역사와 문학, 실제 경험담 등을 엮어 단편소설 읽듯 재미있게 와인지식을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와인은 스토리”라며, 품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해하면 좀더 흥미롭게 와인의 세계에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그 중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는 100% 메를로 품종 ‘페트뤼스2000’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파리특파원을 마치고 귀국을 앞둔 어느 날,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택호 화가가 이별주로 준비한 이 와인은 그림을 사러온 콜렉터로부터 그림값 대신 요청해 구한 와인으로 그에겐 영원한 우정의 상징이다. 이 와인은 상당한 고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체할 수 없는 그윽한 향이 여전히 생생하게 느껴진다”며, “향의 경지로 표현한다면 인간계와 선계의 중간단계가 아닌가”고 표현했다.

그는 누구나 자기만의 스토리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선택한 와인, 가격, 더불어 마신 사람, 마신 장소, 함께 먹은 음식과의 조화 등을 기록하면 좋은 이야기감이 된다.

이번 책은 페르시아 전쟁, 십자군, 아비뇽 유수, 백년전쟁, 나폴레옹 전쟁 등 와인이 낀 전쟁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헤밍웨이, 빅토르 위고, 보들레르, 괴테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사랑한 와인 이야기는 풍미를 더해준다.

이런 와인인문학 이야기와 정보는 유튜브 ‘와인채널’에서 더 맛깔스런 토크로 이어진다. 그는 “정보 소비의 대부분이 유튜브에서 이뤄지는 만큼 와인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와인채널에서 검색 가능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화현상으로서의 와인은 이제 외면하기 어렵다. 느긋하게 일상의 삶과 지혜를 나누는 와인문화는 다른 술 문화와 좀 다르다. 일본의 와인문화는 우리보다 25년 앞섰다는 평가다. 그는 “한 병의 와인은 멋진 인연을 연결해주는 가교 노릇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맑은 머리로 오래 마시는 팁을 알려줬다. 술 한 잔에 물 석 잔 마시기, 일명 ‘황의 법칙’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