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공급에 속도 내려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필요

정부와 여당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세 채, 네 채 가진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정책”이라고 했다.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인 김진표 의원은 최근 당 지도부에 ‘양도세 중과 유예나 한시적 감면 등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건의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부터는 조정 대상지역 2주택자는 양도차익의 최대 71.5%, 3주택자는 82.5%(지방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집값 안정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정부·여당은 다주택자들이 6월 이전에 매물을 대량으로 내놓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현재 2주택 이상 보유자는 228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한 채씩 내놓으면 100만채 이상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종부세 등 세금 감면 혜택이 없어진 임대주택, 법인 소유 주택 매물까지 가세하면 다주택자 매물 폭탄발 집값 하락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다주택자들의 ‘패닉 셀링’은 미미하다. 현 세제에서 매도는 집을 정부에 헌납하는 꼴이라며 자녀에게 증여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중 주택 증여 건수가 전국적으로 8만1968건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급증했다. 서울 강남 3구의 다주택자 상당수는 올해 종부세율이 적용되는 6월 이전에 증여를 마무리하려 해 이 수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예상했던 매물폭탄은커녕 매물 잠김 현상 심화로 집값의 우상향 곡선이 더 가팔라질 판이다.

정부·여당이 주택정책의 우선순위를 투기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전환하려는 것은 바람직하다.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준비 중인 공급 대책과 함께 양도세 완화가 발표되면 정책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신규 주택 공급은 발표 후 입주까지 최소 3~4년이 걸리지만 다주택자의 매물은 즉각적인 공급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양도세 완화는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를 낮춘다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부합한다.

양도세 완화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여당의 정치적 노림수도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제1야당 등 보수 진영에서도 이론이 없는 사안인 만큼 좌고우면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이 “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대로 공급의 속도를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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