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한의 住土피아] 역대 최고 분양가인데 ‘로또’
래미안원베일리 등 분양가 논란
‘직전분양가’ 기준이 만든 왜곡
주변시세 비교땐 ‘역대급 로또’
분양가 규제가 집값 안정 역행

연초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에 ‘고분양가’ 논란이 한창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원베일리’와 세종시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가 촉발했다. 둘 다 역대 최고, 지역 최고 분양가인데 당첨만 되면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리는 ‘로또’라는 게 문제다.

래미안원베일리는 서초구청으로부터 3.3㎡당 5668만원으로 분양가가 정해졌다. 우리나라에서 분양한 새 아파트 분양가 중 역대 가장 높다. 특히 지난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책정했던 분양가(3.3㎡당 4891만원)보다 800만원 가까이 비싸다.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를 적용받았다는 데도 그렇다. 분상제를 적용하면 HUG의 분양가 심의보다 더 쌀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고분양가 부채질한 분상제’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도 세종시 역대 최고 분양가인 3.3㎡당 1309만원(H2블록)으로 정해지자 논란이 생겼다. ‘서민 주거 안정의 정책 기조를 역행한 분양가’라고 비판하는 언론도 있다.

흥미로운 건 두 단지 모두 역대 최고 분양가인 건 맞지만,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역대급 ‘로또’라는 점이다. 엄청나게 청약 인파가 몰릴 게 분명하고, 높은 청약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면 최소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것이다. 로또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래미안원베일리는 입지, 단지규모, 브랜드 등 어떤 조건을 따져도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보다 나으면 나았지 밀리지 않는다. 아크로리버파크 시세는 3.3㎡당 1억원이 넘는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37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니 래미안원베일리에 당첨만 되면 한순간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이 생긴다. 고분양가라는 데 심지어 조합원 분양가보다 싸다. 오래전 이 아파트를 사서 갖은 고생을 해가며 재건축을 추진해온 조합원들이 분양받는 가격은 3.3㎡당 5900만원이다.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도 마찬가지다. 세종시에선 요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0억원 넘게 거래된다. 이 지역 중위가격은 전용면적 기준 3.3㎡당 2388만원 수준이다.(한국부동산원 기준) 당첨만 되면 수억원 시세차익을 본다는 이야기다.

이런 걸 고분양가로 불러야 하나. 기본적으로 고분양가라는 판단은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했다. 주변 시세보다 높게 분양할 때 고분양가라고 불렀다. 선분양제가 일반화한 우리나라에서 건설사들은 준공 시점인 2~3년 후 집값 상승률을 고려해야 한다며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5~10% 정도 높게 책정했다. 그런데 분양시장엔 늘 인파가 몰렸다. 분양이 잘되면 2~3년 후가 아니라 즉시 주변 구축 단지들의 시세가 따라 올랐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비판은 그런 상황에서 나왔다. 정부는 고분양가를 규제할 방법으로 ‘전매제한’을 길게 하는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고분양가의 기준이 달라졌다.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직전 그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는다. HUG는 해당 지역에서 직전 분양한 아파트의 5~1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관리했다. 더 올리면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으니 건설사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주변 매매시장에서 연간 20% 수준으로 실거래가가 뛰는 것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 만들어졌다. 매매시장과 완전히 분리된 ‘나홀로 분양시장’이다.

분양가 통제가 길어지면서 이젠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커지는 현상이 확산됐다. ‘로또 분양’의 전국적 확산이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전국적으로 7.99%, 수도권에선 7.62% 각각 상승했다. 같은 시기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전국 18%, 수도권 26% 뛴 것과 대비된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므로 분양가 규제를 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의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가 규제를 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로또 분양’만 일반화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역사상 로또가 전체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된 적 없듯, 로또 분양은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지난 3년간 충분히 목격했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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