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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10’ 뮤지컬 훈련 ‘13소년 도전기’
8월 개막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파이널 오디션
평균 나이 10.4세…변성기 전의 소년 13명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까지 강행군
발레·탭·재즈까지 섭렵…사실상 불가능한 일
“최고의 빌리가 되고 싶어요” 꿈에서도 연습
평균 나이 10.4세, 13명(빌리 7명·마이클 6명)의 소년들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을 보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2020년 2월 시작해 이미 3번의 오디션을 거쳤고, 10개월의 훈련 기간을 거쳤다. 오는 8월 무대에 오를 주인공을 찾기 위한 최종 관문에서 어린이 배우들은 그간의 노력을 쏟아냈다. [신시컴퍼니 제공]

“어깨 조금만 더 펼게요. 앤 업. 위로, 뒤로, 주욱. 옆으로 옆으로. 앤 업, 옆에 보세요.”

평균 나이 10.4세. 13명(빌리 7명·마이클 6명)의 소년들이 꿈을 향해 날아올랐다. 한 손으로 발레 봉을 잡고 오른쪽 다리를 90도로 들어 올린 작은 소년들의 얼굴이 상기됐다. 2017년 재연 이후 4년 만에 국내 관객과 만나는 ‘빌리 엘리어트’(8월 개막·디큐브아트센터) 파이널 오디션 현장. 마지막 관문에 도달하기까지 약 1년의 시간을 쏟았다. 기적의 소년 ‘빌리’가 되기 위한 어린이 배우들은 발레, 탭, 아크로바틱, 재즈는 물론 노래와 연기를 익히기 위해 10개월 이상의 훈련 기간을 거쳤다. ‘빌리’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빌리스쿨’이라고 부른다.

“지난 시즌에 너무 하고 싶었는데, 나이가 어려서 지원을 못했어요. 그동안 빌리 스쿨을 하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실력이 늘고 있다는게 느껴질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아요. 열심히 해서 최고의 빌리가 되고 싶어요.” (전강혁·11)

변성기를 지나지 않아 낭랑한 목소리의 소년들은 힘찬 목소리로 구호를 넣고, 함성을 질렀다. 경쾌한 스윙 리듬에 맞춰 쉴 새 없이 탭 소리를 내면서도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성인 배우들도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동작과 기술들이 이어졌다. ‘최종 오디션’이 주는 위압감에 긴장감도 감돌았다. 마음이 조급한 어린이 배우들은 속도를 앞서가기도 하고, 연습 때와 달리 춤 동작 중 넘어지기도 했다. 저마다 잘하고 싶은 마음,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마지막 오디션에 담겼다.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빌리스쿨 코치진은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아주는 것도 코치들이었다. “긴장하면 안돼. 다시 뛰어볼까?” 안정감이라도 얻듯이 아이들은 선생님의 한 마디에 의지해 동작을 이어갔다.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1980년대 영국 탄광노조 대파업을 배경으로 탄광촌 소년 빌리가 무용수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담았다. ‘기적의 소년’을 찾는다는 모토로 진행된 오디션은 지난해 2월 시작됐다. 지원 요건도 까다롭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만 8~12세, 키 150cm 이하, 변성기가 오지 않은 남자 어린이. 아직까지 신체 요건에 맞지 않아 탈락한 어린이 배우는 없다고 한다.

앞서 진행된 총 3번의 오디션 이후 7명의 빌리와 6명의 마이클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빌리가 되는 과정은 강행군이었다. 노지현 국내협력안무감독(발레 트레이너) “일주일에 6일간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해 밤 9시까지 트레이닝이 이어졌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아이들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완성해야 하는 종목이 많기에 아이들의 노력은 몇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신현지 국내협력조안무감독은 “10개월 만에 발레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특히 “발레의 턴 장면이나 의자를 돌리는 장면등의 기술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동작”이고, “경사 무대라 턴을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위험한 순간이 발생할 수 있어 발레 장면에선 깨끗하고 안정적인 턴이 요구”된다. 신 감독은 “아이들은 실제 연습 시간 외에도 숙제로 내준 동작을 꿈속에서도 시도해보며 24시간 연습했다”며 대견해 했다.

‘기적’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모두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톰 호그슨 해외협력안무감독은 “지난 1년이 모두에게 인고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어린이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다. 뮤지컬 ‘마틸다’(2018), ‘빅피쉬’(2019) 등에 출연하기도 한 이우진(11)은 “빌리가 격렬하게 춤을 추는 앵그리 댄스 장면을 보고 첫눈에 반해 지원하게 됐다”며 “빌리스쿨을 하면서 빌리가 되는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래도 빌리가 되고 싶어 참고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시간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정권 국내협력조안무감독(탭 트레이너)은 “지난 시간 동안 아이들의 기량이 전체적으로 올라갔다”며 “이 안에서 단지 공연에 올라갈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가 나뉠 뿐 모두가 고생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춤과 함께 노래와 연기까지 완성해 무대에 올라야 하기에 빌리와 마이클을 뽑는 기준은 엄격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잠재력’이다.

이재은 국내협력연출은 “어린이 배우들은 경험이 없는 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 훈련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과 끈기, 잠재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폭발력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톰 포그슨 해외협력안무감독도 “잠재력과 개성이 중요하다. 그동안 아이들이 보여준 태도나 스파크를 주의 깊게 보겠다”고 말했다. 사이먼 폴라드 해외협력연출도 “완성된 결과를 찾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아이를 찾고 있다. 잠재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긴 시간을 거쳐 마주한 마지막 60분에는 어린이 배우들의 꿈이 담겼다. 최연소 빌리 후보인 정시율(9)은 “장래희망이 뮤지컬 배우”라며 “ ‘빌리’가 여러 가지 춤을 하면서 도전을 해나가는 게 너무 멋지고 용감하다고 생각해서 해보고 싶었다. 꼭 ‘빌리’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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