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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주택시장 정책, 지향점은 주거 안정이어야

지금껏 주택 정책은 세제와 금융 규제를 중심으로 시행돼왔다. 다주택자의 양도차익에 중과세를 하고, 일정 가액 이상의 주택 보유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며,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 상한을 낮추고, 차주의 총부채상환비율 상한을 도입한 것이 뼈대라 볼 수 있다. 더불어 지난해 7월에 국회를 통과한, 소위 ‘임대차 3법’은 전월세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이들 정책수단은 공히 정부가 주택 가격을 안정화하고 주택 보유자의 과도한 이득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관된 신호를 시장에 보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주택시장 정책의 목표는 주택 가격이 아니라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주택매매 가격뿐 아니라 전·월세 주거비용도 고르게 하향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정책목표에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주택 정책에 여러 이견이 제기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정책수단이 개별적 혹은 집합적으로 주택 및 전·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과연 효과적인지에 판단이 갈리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세제를 강화해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은 일차적으로 주택구매 수요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택구매 수요의 감소는 전·월세 공급물량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전·월세 가격상승으로 귀결될 수 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다시 주택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보면 조세 부담을 늘리는 정책만으로 주택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로 인한 전·월세 주거비용의 추이도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산 목적의 주택 수요를 거주 목적의 주택 수요가 대체하도록 경제적 능력이 다소 부족한 실수요자의 주택구입을 돕기 위한 금융 규제 완화가 같이 시행된다면 전·월세 가격의 상승 우려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개별 주택 정책수단을 살펴보면 각각이 주택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주거 안정이라는 큰 목표 내에서 정책수단 간의 공조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책 공조가 부족하다는 또 다른 예시는 주택 관련 세제 체계 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유세와 양도차익세 부담을 강화시킨 현재 주택 세제는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하락을 가져올 것이지만 문제는 그 효과가 얼마나 길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보유세도 부담이지만 양도차익과세의 규모에 놀란 다주택자가 버티기를 시도한다면 정부가 의도한 ‘손바뀜’은 거래절벽으로 상당 기간 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유세와는 달리 양도차익과세는 세율은 국회가 정하겠지만 세금을 내는 시점은 거래 당사자가 정하게 된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데에 ‘쨍쨍한 햇볕과 산들바람의 공조’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대신 양도차익과세의 부담은 완화하자는 지적이 다수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정부는 주거 안정이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주택시장 정책을 시행해왔다. 주택시장이나 전·월세시장에 속한 개별 가계의 입장이 다르고 그에 따라 개별 정책에 대한 그들의 선호가 달라짐을 고려한다면 주거 안정 정책의 세부 지표는 다원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론적으로 세부 정책 지표가 여러 개일지라도 충분히 많은 수의 정책수단이 있다면 이들을 적절히 조합해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제는 기존의 주택시장 관련 정책들을 취사선택하고 체계적으로 조정해 ‘적절한 조합’을 찾을 시점이다.

그전에 개별 정책수단의 효과에 대한 분석이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통화 및 재정 정책에 비해 주택시장 정책은 수단의 다양성과 비정형성으로 효과에 대한 분석이 많이 부족하다. 아마도 주택 관련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과 정부의 기대가 엇갈리는 데에는 이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허석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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