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매크로 뷰] 과한 것이 부족한 것보다 낫다
재정지출 통한 경기부양
인플레 자극할수 있지만
경제회복 골든타임 중요
중앙銀도 인내 발휘할듯

“크게 갑시다(Go big)”

경기부양책 규모를 두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얼마 전 한 말이다. 작년 말 미 의회를 통과한 9000억 달러의 재난지원 패키지에 1조9000억 달러의 추가하는 규모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9%이니 우리로 치면 170조~180조원 정도다. 우리가 10조 원의 추가 부양에도 재정건전성을 고민하는 것에 비하면 통이 크긴 크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지나친 재정은 경기부양 보다는 물가와 금리 상승을 동반해 경제 회복에 누가 될 듯 한데, 미국은 이런 확대 재정을 지속할 수 있을까?

미국 민주당 진영의 진보 경제학자들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초기에 집행했다면 극복이 훨씬 빨랐을 것이라고 본다. 공화당과의 타협 과정이 길어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오래 갔다고 생각한다. 당시 재정정책을 이르게 집행했다면 2010년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설령 문제가 되더라도 강력하게 재정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모든 진보 진영이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최근의 재정정책은 규모가 너무 커서 성장을 견인하기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재정정책은 부족한 것보다 과한 것이 낫다”며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섹터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경제 회복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확연하게 차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경제적 강자들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위기극복에 한계가 있으니 재정정책까지 동원할 수 밖에 없다. 재정 확대로 금리가 올라가면 이를 누르기 위한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경기 개선으로 금리가 올라가고 투자 의욕에 나쁜 영향이 없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본다.

확정적 재정정책은 미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있었고 인도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재정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역사적인 저금리로 통화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많은 중앙은행들은 확대 재정을 통한 경기 개선을 요구해왔다. 최근 각국의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지만 절대 수준을 보면 아직은 정부 부채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금리의 방향성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단기적인 물가 상승에 중앙은행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미 연준은 기저효과, 유가상승, 백신 보급에 따른 일시적인 보복소비 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염두에 두고 있고, 임금 상승과 같은 구조적인 변화를 확인하기 전에는 유동성을 제한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기술발전, 산업구조와 노동시장간의 격차(gap) 등을 고려하면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장기적인 물가상승 우려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지나친 확대 재정과 나랏 빚 급증은 결국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기에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 살아남아야 내일의 경고를 들을 수 있다.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은 언제가 반드시 온다. 관건은 그 이전에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다면 빠른 경기회복을 위한 노력은 더 시급할 듯하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