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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북한 비핵화” vs 韓 “한반도 비핵화” 이견?
블링컨-정의용, 비핵화 표현 놓고 시각차
[연합]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이 11년 만에 동시 방한한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은 시종일관 북핵문제와 관련한 표기를 차이를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에 대한 첫 번째 원칙으로 북핵문제의 해결의 목표를 ‘북한의 비핵화’라고 설정했기 때문이다.

18일 한미 외교소식통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북핵문제와 관련한 한미 공동의 목표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를 시작한 이후 ‘한반도 비핵화’대신 ‘북한의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그동안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정책검토를 계기 개념을 바로 세우고 싶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실제 외교부는 전날 한미 외교장관회담 결과 보도자료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명시했으나 미 국무부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표현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과 파트너들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PRK)의 비핵화를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긴 호흡으로 유지해나가려면 비핵화의 주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데에 집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을 겨냥한 강경한 표현이나 용어는 협상 기조를 깨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명분으로 주한미군 철수 및 전략무기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16년 북한은 정부 대변인 명의의 ‘비핵화 5대 조건’ 성명을 통해 “명백히 하건대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라며 “여기에는 남핵폐기와 남조선 주변의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한미 2+2 장관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고, 중국 압박 동참 요구에 대해서는 신남방정책과의 연계를 통한 협력을 모색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정부의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노골화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관료 출신의 외교 소식통은 “향후 현안에 대한 한미 간 인식 차이를 조율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비롯한 대북정책의 큰 그림은 이미 완성됐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 정부의 구상과 다소 상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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