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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국민주’ 삼성전자의 의미

얼마 전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국내 주식투자자 통계가 공개됐다. 지난해 불길처럼 번지던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의 위력은 이날 수치를 통해 여실히 입증됐다.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소유자는 919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의 618만명 대비 약 300만명 증가한 수치다. 약 48.5%가 폭증했다.

이날 통계에서 흥미로웠던 대목은 국민주 삼성전자의 현주소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주주 수는 무려 295만8682명에 달한다. 2019년 12월 말 삼성전자의 주주는 61만274명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무려 384.8% 급증했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종목이지만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내국인 주주는 214만7036명으로, 전체 주주의 99.68%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내국인 주주 비중은 예탁결제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크게 늘어난 삼성전자의 주주의 위력은 삼성전자의 주가 관련 콘텐츠의 가독성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다른 종목의 콘텐츠에 비해 열독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다. 이런 현상은 일견 합리적인 선택으로 이해된다. 시가총액 1위의 ‘대한민국 간판 기업’의 주주가 된다는 건 한국경제의 운명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가전·휴대전화 등으로 분산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가진 삼성전자는 산업의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 속에서도 실적의 급격한 부침을 겪지 않는 ‘초우량 기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의 쏠림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연초 이후 삼성전자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행렬은 마치 짝사랑을 연상시킬 만큼 일관되다. 석 달간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금액은 15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혹자는 ‘삼성전자는 반드시 오를 것’이라는 맹목적 신념이 반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투자의 쏠림은 시장을 보는 시각의 집단화를 유발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용인치 못하는 ‘투자의 정치화’ 흐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연초 이후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논쟁은 마치 선악의 구도를 연상시킬 만큼 당위적이다.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는 ‘악’이다. 증시가 대세상승장에서 변동성 장세로 변했다며 포트폴리오의 조정을 조언하는 애널리스트를 향해서는 거센 비판이 집중된다. 최근 크게 논란이 됐던 연기금의 매도 논란에서도 집단사고의 흐름이 엿보인다. 주식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도하는 연기금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기록적인 속도로 고령화 사회를 향하는 인구구조상 국내 주식에 집중된 연금 포트폴리오의 개선은 불가피하다. 자칫 훗날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연기금이 보유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서둘러 팔아야 하는 현실이 오지 말라는 법 또한 없지 않은가. 그러나 최근 일련의 논쟁에서 여론의 흐름은 일방적이었다. 다수를 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에 연기금은 역적이 됐다.

투자는 결코 타인을 모방하는 유행이 될 수 없다. 상승과 하락을 두고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고, 견해가 다른 이들이 탄탄한 논리로 치열한 토론을 거듭할 때 시장은 역동성을 갖춰나갈 수 있다. 지난해 양적 성장을 거듭한 국내 투자 환경에 올해는 ‘투자문화의 질적인 성장’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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