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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탁생산 잇단 ‘러브콜’...한국, 백신생산 허브로 뜨다
기술·생산력 인정...삼바, 모더나와 계약
SK바사도 아스트라제네카 등 위탁 생산
5년동안 주요국서 무려 16건 승인 획득
단순생산 넘어 백신개발 토대로 삼아야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유리병(Vial) 충전기를 작동 중인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국내 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이 최대 호황을 누리는 토양이 되고 있다. 전 세계 백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CMO 기업들은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구축한 기술력과 생산력을 인정받으면서 백신 CMO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위탁생산 경험이 국내 개발 백신의 토대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SK바사·휴온스 이어...삼바,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지난 21~22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밝힌 계약 범위는 위탁생산 공정 가운데서도 원료 의약품을 인체에 투여할 수 있는 최종 형태로 만드는 완제 공정에 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생산된 모더나 백신 원료에 대해 바이알(유리병) 무균충전부터 라벨링, 포장 등에 이르는 완제 공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삼바는 수억회분의 백신을 생산할 예정인데 이 물량은 미국 외 지역으로 공급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생산 설비 시설을 구축 중이며 3분기부터 수억회분 물량을 순차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같은 mRNA 백신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첫 mRNA 백신이다. 정부는 이 중 일부가 한국에 공급될 수 있도록 모더나 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앞서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국내에 2000만 도즈가 공급될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에서 매주 생산돼 출하가 진행 중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현재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단계다. 특히 노바백스 백신은 단순 위탁생산이 아닌 백신 기술까지 도입하는 CDMO(의약품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노바백스 백신과 같은 합성항원 방식 백신은 이미 우리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함께 개발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 완제 단계의 CMO가 아닌 공동개발이라는 면에서 우리가 자체 개발중인 백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코러스와 휴온스 컨소시엄도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시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아직 국내 도입 계획은 없지만 6월에 유럽 승인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약품 생산 경험·기술력 입증...국산 백신 개발의 ‘연결고리’로=이처럼 잇따라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이미 여러 해 동안 쌓아온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험과 기술력 등을 그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생산은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가져야 하는 일종의 장치산업이기도 하지만 의약품이라는 제품 특성상 고도의 기술력도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있고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11년 설립 후 한발 앞선 투자와 기술력으로 10년 만에 바이오 CDMO 생산 능력 세계 1위로 급성장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영위하며 출시 제품 수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백신 생산 경험이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지만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우리가 백신 생산 경험은 없지만 이미 완제 공정 부분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 주요국 정부로부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16건의 승인 획득을 통해 품질 안정성을 인정 받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럽과 미국 등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 등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의 높은 기술력과 의약품 생산 능력이 검증을 받아 왔다”며 “코로나19라는 팬데믹으로 백신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모더나, 노바백스처럼 기술력은 가지고 있지만 대량생산이 어려운 바이오벤처들이 삼성바이오와 같은 생산 파트너를 찾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위탁생산 경험이 단순 생산에만 그치지 말고 자체 개발 백신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해외 백신에만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산 백신을 개발해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의 위탁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백신 개발 노하우를 습득한다면 앞으로 국산 백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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