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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사회에 신뢰공급 새로운 과제...사명 변경까지 고민” [헤경이 만난 인물-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
블록체인 기술 접목한 미래화폐 대두
더이상 돈만 찍어내선 생존 장담못해
화폐제조사업 비중 25%로 급격 하락
화폐·인증·보안기업으로 대혁신 시도
모바일신분증·전자서명 전문기관 지정
디지털 서비스 기업 도약 전기 마련
작년, 22년만에 적자...위기는 곧 기회
변화 공감 젊은 직원들이 조직의 희망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오롯디윰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대담 : 이해준 정책부장

“지금까지는 신분증으로 본인을 인증하고, 지폐와 카드로 물건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위·변조 방지기술을 발전시킨 한국조폐공사가 사회에 일종의 신뢰를 공급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터넷·모바일 등 가상공간에서 나를 증명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돈을 지불해야 한다. 디지털사회에 신뢰를 공급하기 위해선 새로운 위·변조 보안·인증 기술과 상용화가 필요하다. 조폐공사가 ‘기술 공기업’으로 변화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거기에 있다”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지난 4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조폐공사의 미래를 이같이 설명했다. 실물 지폐나 신분증을 만들고, 위조를 방지하는 오프라인 상의 기술이 언젠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안기술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미래 화폐의 가능성까지 대두하는 등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주도적·능동적으로 개척해나가겠다는 각오다. 1951년 한국전쟁 중 생긴 70년 역사의 조폐공사 변화를 추구하는 반 사장의 인식은 여기에 기반했다.

▶블록체인 모바일 신분증이 필요한 세상이 왔다=반 사장은 “조폐공사의 화폐제조 사업 비중은 지금도 25%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날로그 시대에 조폐공사가 돈을 만들고 신분증을 만들어 신뢰사회를 구축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사회에 신뢰를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대폰에 신분증을 이식하는 수준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 신분증이 인터넷 세상에서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하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지금 수준에서 공인인증서, 전화인증 등으로 하는 절차를 획기적인 모바일 신분증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폐공사는 이를 위해 지식재산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6년 628개였던 조폐공사 지식재산권은 지난해 905건으로 늘었다. 특히 ▷해킹이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모바일 지역상품권과 모바일 신분증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공공플랫폼 기술 ▷IoT(사물인터넷)에서 교환되는 정보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보안모듈을 비롯한 ICT 분야 등의 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반 사장은 “화폐 사용이 정체된 지금이 조폐공사의 위기인 동시에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 연말로 예정된 ‘모바일 운전면허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디지털 신분증 시대를 열겠다”며 “지난 3월 25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모바일 신분증·전자서명 전문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새로운 정보기술(IT)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되면 일종의 정보 주권시대가 열린다. 내가 원하는 정보만 가공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바일 신분증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개발되는데 그 의미는 정보주권을 돌려준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할 경우 주민등록번호부터 거주지까지 광범위한 정보를 함께 제공할 수밖에 없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경우 생년월일이면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면 주민등록번호, 이런 식으로 특정 정보만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상품권에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반 사장은 “우리가 개발한 ‘chak(착)’ 브랜드로 제공되는 지역상품권은 사실상 디지털 화폐”라며 “지자체에서 돈을 제공하면 그 한도 내에서 QR코드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서 이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간편하게 정책수당을 지급할 수 있어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조폐공사 이름도 바꾼다=반 사장이 부임하고 조폐공사는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올 2월 부임 후 비상경영체제를 도입해 혁신을 주도하는 한편, 4명의 임원 중 한 사람을 IT 전문가로 채용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디지털사회에 맞도록 회사 정체성과 발전 방향을 위한 컨설팅까지 의뢰했고, 필요하다면 사명도 바꿀 작정이다.

반 사장은 “다음달 초 조직개편을 단행해 새로 영입하는 IT담당 상임이사 아래에 4개 조직을 두고 이 분야의 신기술에 밝은 경력직을 채용하는 등 자원을 아끼지 않고 투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블록체인 학회와 협력협정(MOU)을 체결하는 등 외부 협력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요하다면 조폐공사 이름 자체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 컨설팅 회사에 맡겨 회사의 정체성과 사명을 어떻게 바꿀지 연구하고 있다”며 “국민이 앞으로 우리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기 쉽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 돈과 신분증을 만드는 회사에서 디지털 신분증과 결제시스템, 온라인·모바일 인증과 보안을 총괄하는 그런 회사로 바뀌었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22년만에 처음 맞은 적자, 위기는 곧 기회=조폐공사는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2년만인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냈다. 올 2월 취임한 반 사장은 처음 업무보고를 받았을 때를 “한쪽은 화폐와 여권, 한쪽은 IT를 한다고 하는데 자리가 잡혀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러다가 자칫 확 무너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업무보고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회고했다. 이에 미래성장·인적자원·사업고도화·불리온·글로벌·기술발전 등 6개 부문의 비상경영 TF를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폐공사의 미래를 그리면서, 조직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반 사장은 70년 역사의 조폐공사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직원들과의 소통과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반 사장은 “희망적인 부분은 일부 직원이 그런 인식을 이미 가지고 있고 다행스럽게도 젊은 계층에서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며 “ 식사 자리도 젊은 직원들과 자주 가지고 의견을 청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다각화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골드바 ▷기념·불리온 메달 ▷ ‘짝퉁(가짜)’ 방지기술 ▷보안모듈 등이다. 반 사장은 “요즘처럼 풍부한 유동성의 시대, 골드바나 불리온 메달은 수집뿐만 아니라 투자 상품으로서도 좋은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불리온 메달의 경우 그동안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했으나 국내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리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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