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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사 ‘성장성’ vs 주주 ‘지분 희석’...도마위 오른 물적분할
기업 “사업가치 재평가·자금조달 등
미래 성장 기반 확보 위해 필요”
주주 “모회사 기업가치 할인” 우려
‘대리인 문제’ 이해관계 상충 분석도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 검토를 공식화한 뒤 주가가 급락하자 물적분할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물적분할을 두고 상장사와 주주들의 입장이 대립하며 증권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모습이다. 분할에 나서는 상장사 측은 사업 부문의 가치를 재평가받고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기업의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주들은 기존 지분 가치의 희석과 모회사의 기업가치 할인(디스카운트)를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일 핵심 사업인 배터리, 석유 사업 부문을 분사하고 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은 즉각 동요했다. 당일 외국인 투자자가 3456억원, 기관 투자자가 1438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분할 방식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적분할은 분리, 신설된 자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전부 소유하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따라서 주주들은 물적분할보다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주주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회사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디스카운트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물적분할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 삼성물산에서 물적분할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뛰어넘은 사례처럼 모회사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핵심 사업 부문을 보고 투자했는데 알짜가 빠져나가고 신설되는 회사의 주식을 직접 소유하지 못한다는 점도 주주로서는 불만 사항이다. “기존에 보유했던 모회사의 주식을 팔고 신설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게 더 낫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우려에 앞서 LG화학과 만도도 물적분할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LG화학의 경우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었다.

물적분할을 둘러싼 기업과 주주 간의 입장 차이는 사실상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대리인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배주주와 그렇지 않은 소액주주 간의 대리인 문제, 이해관계 상충으로 볼 수 있다”면서 “물적분할이 지배주주의 이익에 의한 것이라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단순 사업부로 있을 때는 소액주주도 특정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느끼겠지만 물적분할이 되면 자회사의 지배권은 사실상 지배주주가 들게 되는 것”이라며 “결국에는 내가 갖고 있는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잇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장사들은 미래 먹거리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공개 등을 위해 물적분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적분할 후 기업공개를 거치면 대주주의 지분이 크게 떨어져 경영권 방어 조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업공개 이후 자회사의 가치가 성장하면 모회사 또한 연결이익과 배당 등을 통해 커진 기업가치의 수혜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어 결코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1일의 SK이노베이션의 간담회에서도 같은 논리로 등장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또한 지난 1일 간담회에서 “배터리 사업 입장에선 리소스를 충당하는 것이 우선인데, 최근 증설 속도가 빨라 전체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매년 2조~3조원씩 투자들이 이뤄지고 있는데,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배터리 사업에선 (분할·IPO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이 꼭 부정적일까?’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매우 단기적으로는 배터리 분할 및 중간 지주사 전환 우려에 주가 부진할 수 있겠지만, 주가는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히려, 분할 가능성을 계기로 배터리 사업부의 재평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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