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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두살 5만원권, 사라진 134兆…올 상반기 환수율 역대최저
고액권 중심 현금 축재
시중 공급 절반 이상 회수 안돼
‘돈맥경화’ 우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달 발행 12주년을 맞은 5만원은 그간 시중 공급 금액 중 절반 이상이 중앙은행으로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상반기 환수율(기간 중 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역대 최저를 기록,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현금 보유 심리가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조세 회피, 지하경제 거래 등의 목적으로 5만원권이 사용되고 있단 주장도 제기된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6월 중 5만원권은 총 11조1700억원 발행됐다. 이 기간 환수된 5만원권 규모는 2조700억원으로 18.5%의 환수율에 그쳤다. 이는 상반기 발행 실적이 존재하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발행 규모 자체는 작년 상반기(14조원)보다 20% 감소했다. 대신 환수 규모가 지난해(4조6000억원)보다 55% 급감하면서 환수율을 큰 폭 떨어뜨렸다.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돈풀기 정책으로 화폐가치가 훼손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됐지만, 불확실성에 따라 고액권을 중심으로 현금 축재 심리가 높아졌단 분석이다.

여기엔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은행 예금 이자율도 영향을 미쳤으며,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는 데 대량의 5만원권이 동원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상반기 1만원권의 환수율은 98%로 5만원권은 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5만원권의 저조한 환수율은 그만큼 우리 경제에 자금이 원활히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화폐 발행액이 늘면 그에 상응해 소비·투자를 촉진시켜 중앙은행으로 회수되는 돈이 많아지고 이는 다시 시장에 공급돼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되는데, 현재는 돈을 풀수록 고이는 양이 많아지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돈의 재생산 능력으로 자금 순환 정도를 보여주는 통화승수(광의통화/본원통화)도 5월 현재 14.34배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일정 기간 중 돈의 주인이 몇번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화폐유통속도(국내총생산/광의통화) 역시 지난해 0.63으로 통화량 통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결국 유동성 자체를 푸는 것보다 이를 경제 구석구석 전달되게 만드는 정책 노력이 수반돼야 한단 지적이다.

2009년 탄생 이후 5만원권은 지난달까지 총 249조원이 발행됐고 이 중 115조원(46.4%)이 한은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134조원은 회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중 어딘가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1만원권의 환수율은 104.8%로 5만원권과 큰 차이를 보인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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