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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TS·유튜브가 불 지른 ‘투자의 일상화’ [헤럴드 뷰-‘보편 소비재’로 자리잡은 주식]
출근 전 주식방 확인...짬나면 유튜브로 공부
스마트폰으로 손쉽게...MTS 이용자 350만명

# 대기업에 다니는 강모(34)씨는 기상과 함께 출근 준비 전에 텔레그램 주식방을 확인한다. 주식방 운영자가 정리해준 간밤의 미국시장 지표와 증권사 리포트 요약본을 읽으면서 투자 종목을 발굴한다. 9시 회사에 출근해서는 화장실로 제일 먼저 향한다. 점찍어둔 종목을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로 얼른 주문하기 위해서다. 강 씨는 “아침마다 짬을 내 최근 두산중공업으로 50% 넘는 수익을 올렸다”면서 “제2, 제3의 ‘두중’을 발굴할 때까지 아침 시간을 이렇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 백화점 본사에서 근무하는 장모(32)씨는 점심시간에 소화를 시킬 겸 매장을 돌아다닌다. 손님들이 무슨 물건을 많이 샀는지 관찰해 MTS로 해당 물건을 만드는 기업 주가를 확인한다. 주가 그래프가 바닥에 있으면 조금씩 매수한다.

# 최근에 상장한 IT기업에 다니는 김모(31)씨는 퇴근 후 주식 유튜브를 꼭 챙겨본다. 모아둔 돈 모두로 우리사주를 매수하고 나서 생긴 습관이다. 보호예수가 풀리기까지 시장이 좋을지, 회사의 주가가 유지될지 공부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삼프로TV, 슈카 등 좋은 내용의 주식 유튜브가 너무 많아 챙겨보려면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귀띔했다.

주식 투자 인구가 급증하자 개인의 일상 전반을 ‘투자적 사고’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특히 손바닥에 쥔 스마트폰으로 투자의 플랫폼이 옮겨지면서 개인의 24시간에서 투자를 배제하고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일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적 사고의 저변을 넓힌 주연은 단연 카카오톡, 텔레그램, 블라인드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다.

실제로 주식을 다루는 인기 유튜버들과 주요 증권사 유튜브 채널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일부 방송사보다도 많은 구독자 수를 자랑한다. 경제 유튜브 채널인 ‘슈카’, ‘신사임당’, ‘삼프로TV_경제의 신과 함께’은 모두 구독자가 150만명 내외다. 특히 삼프로TV는 증권사 유명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매일 2시간 내외의 라이브 방송을 3회 진행하는데 모두 조회수가 30만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증권사들도 리테일 부문 강화와 함께 고객과 접점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유튜브 채널에 힘쓰고 있다.

키움증권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채널K’는 구독자 122만명에 달하며,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삼성증권이 운영하는 ‘Samsung POP’은 구독자 110만명, 미래에셋증권 유튜브 채널 ‘스마트머니’ 구독자는 109만명에 달한다. 이는 뉴스 TV조선(90만명), MBN 뉴스(80만명) 등 일부 종편의 유튜브 구독자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들 증권사 채널은 지난해 말만 해도 구독자 수가 10만명 내외였지만 각사 애널리스트나 리서치센터장이 직접 출연해 시황과 산업, 종목을 직접 설명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객장에 나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주식 거래가 가능한 MTS도 주식투자의 일상화를 가속화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MTS를 활용해 간편하게 주식을 즐기려는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특히 토스증권이 올해 3월 간편 MTS를 출시했을 때 이용자는 13만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말 기준 3개월만에 350만명으로 폭증했다.

투자의 일상화는 비단 2030 세대에 그치지 않는다. 객장을 직접 찾던 중장년층들도 MTS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토스측에 따르면 중장년층 토스 MTS 이용자는 출시 이후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정해보면 지난 3월 토스 MTS를 이용한 중장년층은 13만명에서 지난달말 105만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키움증권에서도 올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든 40대 이상 장년층도 약 8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주식적 사고의 일상화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도성장기에는 투자 외에도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었지만 최근 부동산 폭등 등에 따라 전세대가 경제적인 좌절감이 팽배해지면서 대거 모험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일상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되면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이담 기자

parkid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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