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 일주일 앞둔 16일 오전 일본 도쿄 시내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이담 기자] 전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인 도쿄 올림픽 개막이 오는 23일로 다가왔지만 증시에 수혜주 하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모습이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증권사들이 내놓은 리포트들 가운데 제목에 도쿄올림픽이 들어간 것은 단 한건 뿐이다. NH투자증권이 지난 4월 내놓은 리포트로 국내 증시와 관련된 것이 아니고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에 대한 전망과 함께 일본 증시에서 추천 종목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한달 앞둔 지난 2018년 1월 '평창'이란 키워드가 포함된 증권사 리포트가 398건에 달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평창올림픽 당시엔 숱한 수혜주를 낳았다. 평창올림픽 주관 통신사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인 KT와 국내 관광 수요 증가에 따라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업종과 호텔신라 등 면세업종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업종은 최근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에 올림픽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모두 최근 한달동안 10% 내외의 하락폭을 기록 중이다. 하나투어 주가는 지난달 8만원 후반선에 머물렀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 8만원선이 무너졌다. 모두투어도 같은 기간 13%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면세업종 대표 종목인 호텔신라도 지난 5월말 1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최근 9만원 중반 선도 무너진 상황이다. 이들 종목은 도쿄 올림픽 수혜는 커녕 전세계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도쿄 올림픽 수혜주로 가장 기대를 모으던 JTC의 성적은 더욱 부진한 모습이다. 일본계 면세업체인 JTC는 도쿄 올림픽 개최로 방일 여행객이 증가하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무관중 개최 소식에 투심이 얼어붙었다. 지난달 10일 6800원선을 돌파했던 주가는 최근 5000원선으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방송 업종을 중심으로 일부 종목 만이 올림픽 개최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TV나 온라인으로 올림픽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3사 중 하나인 SBS와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한 네이버와 아프리카TV 주가에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SBS 주가는 지난달에 비해 소폭 상승해 4만8000원선까지 올랐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BS는 3분기 시차 없는 올림픽 개최에 따른 광고 호조 등으로 영업이익이 600억원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한달동안 네이버와 아프리카TV 주가도 각각 14%, 23%씩 올랐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도쿄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는 아프리카TV BJ들의 스포츠 중계방송으로도 이어져 3분기 월간순이용자(MUV)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관중 개최로 자국 내에서도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자, 개최국인 일본 증시 조차도 올림픽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지난 2월 3만을 돌파한 이후 5개월 넘게 횡보하고 있다. 올림픽 개막이 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닛케이 지수는 12거래일 중 8거래일이 하락했다. 지난 2018년 당시 코스피는 평창동계올림픽 기대감에 높은 상승세를 보였었다. 2018년 초부터 개막식이 열린 2월초까지 5%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 "도쿄올림픽이 무관중 형태로 개최해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고 최근 일본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증시가 부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